[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젊은 층에서 넥슨의 게임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카트라이더는 국내 온라인 게임 회원만 28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2명중 1명은 카트라이더 아이디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카트라이더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다오와 배찌 등 친숙한 캐릭터 이미지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실제 몇 개의 키만 익히면 바로 플레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아이템전을 통해 초급부터 상급자까지 실력의 차이보단 아이템 이용 전략에 따라 레이싱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같은 직관적 조작법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끌어들이며 폭넓은 이용층을 확보하게 됐다.

카트라이더는 게임 출시 16년이 넘은 지금도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대만에서 인기를 누리며, 3억8000만명의 글로벌 회원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지구촌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 스타크래프트 비켜.. 카트라이더 나가신다!

카트라이더는 2004년 6월1일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18일 정식 서비스에 나섰다. 당시 온라인 게임시장에선 '스타크래프트'가 점유율 1위의 아성을 굳히고 있었다.

2004년 12월 독보적 위치에 있던 스타크래프트는 토종 게임 카트라이더에 1위 자리를 넘겨 준다. 당시 PC방의 분위기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다 지겨우면 카트라이더를, 카트라이더를 하다 지겨우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이용자가 대부분이었다. 카트라이더의 타이틀 음악과 드리프트 소리, 스타크래프트 테란의 ‘옛써~’소리가 뒤엉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런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넥슨은 과감히 카트라이더를 e스포츠 리그 시장에 선보였다. 외국산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리그를 장악하던 2005년, 카트라이더 e스포츠가 탄생한 것이다.

카트라이더 대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정규 리그 출범 전인 2004년 11월 진행된 카트라이더 학교 대항전에는 당시 국내 학교의 96%에 달하는 1만2000개 학교가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 리그는 이후 꾸준히 인기를 누리며 국내 e스포츠의 자존심이 됐다.

카트라이더는 한국 시장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2006년 중국, 2007년 대만, 2008년 태국, 2009년 러시아에 진출하며 글로벌 게임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 레트로 열풍 타고 다시 달리는 카트라이더

RPG 장르가 아닌 카트라이더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가 급감했다. 가입자 수는 많지만 오래된 단순 게임 정도로 인식되면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카트라이더는 유튜브의 유행과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다시 차트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 PC방 게임순위 톱10 밖에 있던 카트라이더는 2018년 11월 톱10에 진입하더니 2019년엔 PC방 게임순위 4위까지 올라섰다. 이에 힙입어 넥슨은 11년 만에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을 야외 무대에서 펼쳤다. 결승전은 현장 1600명의 관객 뿐만 아니라 47만명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생중계로 시청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레트로 열풍을 이끌며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5월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선보였다.

◆ 모바일로 넘어온 카트라이더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온 카트라이더는 엄청난 인기와 함께 곧바로 구글 매출 톱5에 올라 모바일 MMORPG가 정답이라는 게임업계의 편견을 깼다. 출시 전 글로벌 사전예약에서 500만명을 모으며 기대감을 높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흥행 비결로는 원작 카트라이더를 제대로 재현했다는 점이 꼽힌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손쉬운 조작과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3040 세대를 대거 게임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PC 카트라이더의 흥행 비결이었던 귀여운 캐릭터가 현재 10대들에게도 어필하며 10대부터 40대까지 즐기는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지난 9월 구글 매출 순위에서 16위까지 떨어지며 한때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모바일게임 특성상 단순 게임의 인기는 3~6개월 정도 지나면 시들해진다는게 세간의 평가였다. 국민게임이라 불리던 애니팡이 그랬고, 몬스터를 잡으러 다니던 포켓몬의 인기도 반 년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설이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숱한 MMORPG 게임들을 밀어내고 10월 구글 매출 3위에 올라섰다.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이색 협업을 진행한 것이 주요했다.

실제 넥슨은 랭킹대전을 시즌 별로 선보이고 있고, 다양한 트랙을 추가하면서 이용자 이탈을 막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새로운 카트 ‘쏘나타 N 라인’을 출시하며 각광을 받았다. 그 동안 이용자가 단순한 게임 카트만 운전했다면 쏘나타 N 라인 처럼 현실에서 실제 볼 수 있는 차량을 게임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꾸며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넥슨은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 대회가 큰 인기를 얻었던 만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도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국민 게임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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