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우스·꼬뜨게랑 'B급 감성'…젊은층에 통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내 셀카에 놀란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하오. 결례를 범했군. 빙그레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라는 명을 받아 인사를 한 것뿐이었소. 여하튼! 앞으로! 내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운영해서! 나와 빙그레 나라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소!”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빙그레우스. (사진=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 MZ세대 취향 저격한 ‘빙그레우스’

지난 2월 24일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안녕?”이라는 글과 함께 정체불명의 빨간 머리 왕자님 캐릭터가 등장했다. 머리에는 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쓰고, 귀에는 빙그레 로고인 ‘B’ 모양 귀걸이를 달고 있는 그의 이름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이하 빙그레우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라는 명(?)을 받았으나 첫날에는 자신의 셀카를 올리며 SNS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갑작스러운 왕자님 등장에 ‘계정이 해킹 당한 것 아니냐’, ‘이름이 무엇이냐’며 호기심을 보였다. 다음날 그는 ‘결례를 범했다’며 자신이 앞으로 공식 인스타그램 운영자임을 알리는 피드를 게시했다.

빙그레우스 마케팅은 정확히 MZ세대를 관통했다. 제과회사 직원이 아닌 ‘인플루언서’와 소통하는 듯한 연출과 웹툰처럼 연재되는 피드에 MZ세대는 열광했다. ‘투게더리고리경’과 ‘비비빅군’, ‘옹떼 메로나 부르쟝’ 등 당사 제품을 활용한 또 다른 등장인물도 속속 등장하며 ‘빙그레 나라’라는 세계관에 힘을 실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라는 아버지의 명을 받았다. (사진=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게시물 당 ‘좋아요’ 5000개를 넘기 힘들었던 해당 계정은 빙그레우스가 등장하자 '좋아요' 1만개를 훌쩍 넘겼다. 9만7000명이었던 팔로워 수도 15만명을 돌파하며 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기업 계정이 이벤트가 아닌 콘텐츠를 통해 팔로워 수를 급격히 늘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힘입어 빙그레는 지난 8월, 빙그레우스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빙그레우스는 ‘노잼(재미가 없음)’이라는 죄로 6개월 농담 금지 처분을 받지만, ‘웃음을 만드는 자 빙그레 메이커’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며 웃는 얼굴을 뜻하는 ‘빙그레’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해당 영상은 누적 조회수 655만회를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우스는 이용자들과 소통해 기업에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며 “11월에는 빙그레우스를 주제로 한 굿즈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빙그레’에 대체 무슨 일이…

1967년에 설립돼 올해로 53년 역사를 자랑하는 빙그레는 꾸준히 젊은층과 소통하는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6년에는 헬스&뷰티 스토어인 올리브영과 협업해 ‘바나나맛 우유’ 바디로션 등 화장품 업계에도 진출했다. 당시 소소한 행복을 일컫는 ‘소확행’, ‘스몰펀’ 소비현상과 맞물려 제품은 품귀현상을 빚으며 인기를 끌었다. 1년 후인 2017년에는 핸드크림과 립밤, 핸드워시, 립스크럽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 바나나맛 우유 화장품을 또 한 번 히트시켰다. 기존 바나나와 딸기맛에서 메론과 커피맛으로 향도 늘렸다.

지난 6월에는 꽃게랑 스낵 모양을 로고화해 만든 패션 브랜드‘꼬뜨-게랑(Cotes Guerang)’을 론칭, MZ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가수 지코를 모델로 기용하고 티셔츠 2종과 반팔 셔츠, 선글라스, 로브, 마스크, 가방 등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명품 브랜드를 걸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꽃게랑 로고로 뒤덮인 옷을 입고 있는 지코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이거 기획한 사람 누구냐’, ‘빙그레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며 격한 호응을 보였다. 가방은 출시 하루 만에, 남성 셔츠는 이틀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리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빙그레가 지난 6월 한정으로 출시한 꼬뜨-게랑. 가수 지코를 모델로 기용했다. (사진=빙그레 제공)
◆ '선'을 지키는 마케팅 주효

이 같은 ‘이색’, ‘B급’ 코드가 모두 MZ세대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10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억지로 적용하다가 한글 파괴라는 비판을 받거나, 과도한 마이너 콘셉트로 공감을 얻지 못해 사라지는 광고도 적지 않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와 꼬뜨-게랑 성공 비결에 대해 소위 ‘선’을 잘 지킨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요즘 트렌드를 이해하고 젊은 감성의 언어로 콘텐츠를 제작하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내용은 지양한다는 것.

또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담당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도 주효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제품 관련 마케팅 활동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해당 담당자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등 좀 더 기발한 활동을 용인하면서부터”라며 “이러한 성공사례가 쌓이다 보니 조금씩 더 과감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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