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산업노조 기자회견 "근로자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등 단체들이 28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달라’고 대형마트에 요청했다. (사진=임현지 기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국회의원님들, 노동부 장관님, 대형마트 사장님들 마트 오셔서 손잡이가 있는 상자와 없는 상자 10분씩만 옮겨보십쇼. 왜 손잡이를 설치해야 하는지 몸이 말해줄 겁니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대형마트가 근로자 건강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상자 손잡이 설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등 단체들은 28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보편적으로 겪고 있으며 이는 마트의 작업환경과 구조적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마트노조가 지난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주요 대형마트 노동자 517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3%가 중량물 진열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한 부위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85.3%에 이른다.

노조 관계자는 “주류나 음료 등 상자 상태로 들어오는데 노동자들이 제품을 진열하기까지 계속 반복해서 상자를 나른다”며 “무거운 것들은 20kg가 되는 것도 있고 10kg 짜리도 반복해서 하루에 수백 번씩 들기 때문에 몸이 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보조도구 등을 활용해 작업 환경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

단체는 “상자에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 하나 뚫어달라는 요구가 이렇게 대단하고 어려운 요청인가”라며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지 않는 결정적인 책임은 결국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 측은 무인계산대나 고객들의 편의시설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상자 손잡이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결국 대형마트가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는 비용을 들이기 싫다는 의중의 반영”이라고 비판했다.

상자 손잡이 설치 요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이재갑 노동부 장관이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이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송현섭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국회의원님들 마트 한번 오셔서 상자를 옮겨보면 손잡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1년 전에 약속한 내용을 이해하지 않는 노동부를 질책할 때 말로만 하지 말고 부디 한번 와서 상자를 들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상자를 제조업체가 만드는 만큼 해당 요청은 제조업체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가 제조업체에게 구멍을 뚫어달라고 먼저 요구하는 것은 갑질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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