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제품들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친근한 상호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제품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대표 제품군과 그 제조업체의 성장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자전거하면 떠오르는 국내 브랜드는 단연 '삼천리자전거'다. 어릴 적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3000리' 로고를 떠올리곤 한다.

삼천리자전거는 1944년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자전거회사 '경성정공'이 모태다. 설립 8년 만인 1952년 국내 최초 완성 자전거인 ‘3000리'호를 선보이며 사명을 '기아산업'으로 변경했다.

1952년 대한민국 첫 국산자전거 3000리호.
3000리호의 의미는 당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해 통일의 염원을 담아 만들었다. 3000리호는 국내 기계산업 부흥에 이바지하는 한편 대중교통 수단이자 소화물 운송수단으로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받았다. 기아산업은 1965년 자전거를 해외에 첫 수출한데 이어 1968년에는 국내 최초 자전거 부문 KS 마크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룬다.

3000리호가 대한민국 자전거의 상징으로 자리잡자 기아산업은 1979년 자전거 부문을 전격 분사했다. 3000리호 브랜드를 아예 사명으로 채택해 회사이름을 '삼천리자전거'로 바꿨다.

1987년 연간 자전거 생산 100만대를 돌파한 삼천리자전거는 2013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엔 126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 가치를 계속 끌어올렸다.

1987년 100만대생산돌파.
◆ 선제적 대응... '위기를 기회로'

삼천리자전거는 1991년 ‘레스포’를 시작으로 입문용 엔트리 스포츠 브랜드 ‘아팔란치아’, 전기자전거 브랜드 ‘팬텀’, 자전거용품 전문 브랜드 ‘올러스’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갔다.

레스포(Lespo) 브랜드는 '레저(leisure)'와 '스포츠(sports)'의 합성어에서 따왔다. 자전거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점차 레저 및 스포츠 용품으로 전환함에 따라 삼천리자전거는 1990년 어린이와 청소년 정서에 부합하는 새로운 상표 공모에 나섰다. 당시 서울에 사는 한 주부가 응모했던 레스포가 레저 및 스포츠용 자전거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브랜드명으로 선택했다.

88올림픽 공식공급업체 선정
하지만 2015년까지 쉴새 없이 성장해온 삼천리자전거는 2016년 이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국내에 불어 닥친 중국발 미세먼지가 외부 운동을 꺼리게 만든데다 일반자전거 이용자 수가 줄기 시작하면서 자전거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레스포 등으로 선제적 대응을 해온 삼천리 자전거는 2019년부터 전문 라이더용 퍼포먼스 자전거 ‘첼로’의 판매를 담당하면서 매출 감소폭을 크게 줄이며 2020년 1분기 2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다시 매출 1000억원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육아 필수품으로 불리는 유모차형 세발자전거의 기능을 응집한 신제품 ‘케디’를 출시했다. 케디는 접으면 한 손으로도 충분히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콤팩트한 크기다.

삼천리자전거가 생산하는 제품들.
또 최근 경기상황을 고려해 일반 자전거의 스펙을 조정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전국 1200여개 대리점과 200여개의 A/S 지정점을 구축해 이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자전거를 구매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에는 삼천리자전거 공식 온라인몰인 ‘삼바몰’을 론칭, 국내 최초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온라인으로 자전거를 주문하면 집으로 직접 방문해 제품을 체형에 맞게 조립까지 해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 자전거 잘 만드는 회사가 전기자전거도 잘 만든다

삼천리자전거는 2020년 ‘자전거를 잘 만드는 회사가 전기자전거도 잘 만든다’라는 슬로건 아래 삼천리 전기자전거 브랜드인 ‘팬텀(PHANTOM)’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팬텀 판매량은 매년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신제품 전시회에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기에 따라 전기자전거 신제품 ‘팬텀 Q’와 ‘팬텀 F’ 등 17종 29대의 전기자전거를 출시했다.

삼천리자전거의 전기 자전거 '펜텀제로 핑크에디션'
삼천리자전거는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이 대중화됨에 따라 종류와 가격을 다양화하는 등 전기자전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제품 구매 시 선택의 폭을 넓혀 전기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비싸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70만원대 가성비 높은 제품부터 다양한 기능을 갖춘 200만원대 고가 제품까지 가격대별로 제품군을 구축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전기자전거도 일반 자전거와 같이 프레임, 브레이크, 휠 등 각 부분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자전거 잘 만드는 회사가 전기자전거도 잘 만든다’는 슬로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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