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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제품들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친근한 상호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제품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대표 제품군과 그 제조업체의 성장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한국 이슬 기자] 내가 돈 주고 산 기억은 없어도 집이나 학교, 회사에 누구나 한 개 이상은 가지고 있는 '국민볼펜'이 있다. 하얀 몸통에 검정색 머리를 가진 모나미 볼펜이다. 이 펜의 정식 명칭은 '모나미 153'이다.
◆ 한국 최초의 유성 볼펜 '모나미153'

모나미153은 한국 최초의 유성볼펜으로, 1963년 5월 처음 판매를 시작해 현재까지도 계속 생산하고 있는 장수 제품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은데다 다 쓴 볼펜대를 몽당연필에 꽂아 재활용할 수도 있어 쓰임새가 좋았다.

모나미153을 생산한 모나미는 어감이 일본어와 비슷해 일본 회사로 오해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순수 토종 회사다. 모나미는 1960년 광신화학공업사로 창립해 회화용 문구류를 생산하다 3년 뒤 모나미153을 출시했다. 모나미는 이탈리아어로 '내 친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

1960년대에는 필기구라고는 연필이나 만년필이 전부였다. 모나미153은 일일이 깎아 써야 하는 연필과 수시로 잉크를 보충해야 하는 만년필보다 편리했다. 잉크가 흐르지 않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했다.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은 가성비까지 갖춘 제품이었다. 모나미153은 꾸준히 판매량이 늘며 히트를 쳤고, 매해 판매량이 치솟았다. 153의 인기에 광신화학공업사는 1974년 모나미로 상호를 변경한다.

모나미153의 숫자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첫번째는 153의 출시 당시 가격인 15원에 모나미가 만든 세번째 제품이라는 의미의 3이 붙어 153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153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인 아홉을 만드는 숫자라는 뜻이다. 세번째는 성경과 관련이 있다. 요한복음 21장에 '베드로가 하나남이 지시한 곳에서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구절이 있다. 153은 하나님의 뜻에 따르면 그만큼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53의 이름을 붙인 창업주 송삼석 회장은 개신교 신자다.

153은 출시 때 디자인을 지금까지 그대로 지키고 있다. 구조는 조금 변했다. 153은 원래 몸통 도입부가 암나사, 머리가 수나사로 구성돼 있었는데, 2000년대 초반 몸통과 머리의 나사 암수가 바꼈다. 구조 변경 후 몸통의 연결부가 오랜 시간 힘을 받아도 갈라지거나 파손이 생기는 문제가 사라졌다. 대신 몸통의 나사로 인해 몽당연필을 바로 끼워쓸 수는 없게 됐다.

  • 153 GOLD
◆ 뒤늦게 깨달은 153의 가치… 변화와 혁신의 시작

디자인 변화가 없는 만큼 모나미는 153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회사조차 153을 저렴하고 부담없이 쓰는 제품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특별히 개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산 50년 기념으로 출시한 2013년 리미티드 버전이 화제를 모으자, 모나미는 153의 브랜드 가치를 깨달았다. 이 때부터 153의 디자인을 변형한 리미티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시도한 변화는 고급화였다. 모나미는 2014년 153 고급 필기구를 출시했다. 기존의 육각 모양에 고급 메탈 몸체와 금속 리필심을 적용한 제품들이다. 리미티드 제품은 출시 때마다 완판됐다. 아날로그 감성과 전통, 특별함을 충족한 제품성이 소비자의 감성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2017년에는 금으로 도금한 153 GOLD를 출시했다. 가격은 5만원으로 비싸지만, 선물용과 마니아층의 수집용으로 현재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모나미는 소통 확대를 통한 소비자 공략에도 주력했다. 2015년 11월 서울 합정동에 '모나미 컨셉스토어'를 오픈했다. 모나미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를 공개하고,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필기구를 통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후 DDP, 에버랜드, 롯데백화점 부산점, 평촌점 등에 컨셉스토어를 오픈했다.

컨셉스토어에서는 잉크색과 펜 외부 색상까지 자신의 취향대로 조합해 제작할 수 있다. 최근 문서 작성과 필기의 디지털화로 필기류 사용이 급감했지만, 아날로그 감성과 트렌디함을 함께 공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모나미는 153 외에도 여러 종류의 필기구와 문구류를 생산한다. 문구류 판매로 꾸준히 사업을 확장했지만 최근 디지털화로 인해 문서 작성 시 필기구 사용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전자펜슬 등을 이용해 필기하는 사람이 늘며 주력상품인 필기류 매출이 크게 줄었다.

모나미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종이에 쓴 글을 그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옮겨주는 '네오스마트펜 모나미 에디션'을 출시했다. 스마트기기에 '네오노트'를 설치하고 스마트펜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후 전용 노트에 필기하면 필기한 내용이 스마트 기기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현재 네오스마트펜은 4만9500원부터 17만8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스마트펜이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유명 전자펜슬을 대체할 경쟁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문구류 판매가 줄어드는 등 다른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생활 전반이 디지털화하며 문구류 사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이에 모나미는 혁신을 준비 중이다. 브랜드 전통과 잉크 제조 노하우를 이용해 색조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나미는 60년 넘게 축적한 색조 배합 노하우와 사출, 금형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송하경 모나미 대표는 지난 3월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착수했다. 최근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협업 상품이 인기를 끄는 만큼 '볼펜회사' 모나미가 내놓을 '화장품계 153'이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화장품계 153이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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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07/20 08:00:14   수정시간 : 2020/07/20 08: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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