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제품들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친근한 상호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제품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대표 제품군과 그 제조업체의 성장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한국 조민욱 기자] 해방 이후 가난과 배고픔은 서민들의 일상이었다. 당시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날달걀을 풀어 간장에 비벼 먹는 것이 최고의 별식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서민들에겐 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버거운 일이었다.

이에 집에서 담가 먹던 간장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누구나 장을 사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연 곳, 바로 '샘표 간장'이다.

샘표 양조간장.
◆ 진간장, 양조간장···국내 간장시장 1위로 올라선 ‘샘표 간장’

1946년 창립한 샘표는 7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줄곳 국내 1등 간장 회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할머니, 어머니 세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간장=샘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1954년 처음 '샘표' 상표를 붙여 판매한 이래로 현재까지 생산된 샘표간장의 양은 22억리터가 넘는다.

1950년대 간장은 도시 생활의 세련미를 상징하면서 가정의 행복을 위한 제품으로 주부들에게 다가갔다. 70년대 들어 샘표는 고객 정보를 카드에 기입하고, 전화 한 통으로 집에서 간장을 받아볼 수 있는 소비자 카드 제도를 운영했다. 오늘날에는 전화 주문, 온라인 쇼핑이 흔한 일이지만 당시 소비자카드를 통한 고객관리와 전화주문은 파격적인 마케팅이었다.

고객 관리와 판매 촉진을 위해 직원들은 직접 견본 간장병을 들고 동대문, 남대문, 낙원시장 등을 누비며 거래처를 개척했다. 주부들을 고용해 각 가정집을 다니면서 샘표 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입소문 홍보와 타겟 방문판매, 물류체계 신속성 등 선진 마케팅 기법을 적극 도입한 것이 오늘날 샘표의 밑거름이 됐다.

1966년 샘표는 진하고 구수한 맛을 가진 간장이라는 의미의 ‘샘표 진간장’을 선보였다. 진간장은 다양한 요리에 두루 쓰이면서 주부들로부터 시판간장이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나무로 만든 목통에 이어 유리병에 담아 간장을 판매해 온 샘표는 1980년대 들어서면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병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1980년대 후반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고급 간장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이에 샘표는 1987년 본격적으로 고급 양조간장 개발에 돌입, 이듬해 ‘샘표 양조간장 501’을 탄생시켰다. 이후 콩 단백질이 얼마나 잘 발효됐는지를 나타내는 T.N지수 1.7%의 최고급 간장 ‘샘표 양조간장 701’을 선보이며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샘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간장 제품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계란이 맛있어지는 간장' '만두가 맛있어지는 간장소스' '우리아이 순한간장’ 등 요리나 대상에 맞게 재료와 배합을 달리한 맞춤형 간장을 출시하며 국내 간장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최초 발효연구소. 샘표 제공
◆ 샘표의 성공 비결···끊임없는 연구개발

반세기 넘게 소비자들에게 ‘으뜸’ 간장으로 꼽히고 있는 샘표간장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샘표간장 본연의 맛, 그리고 이를 위한 치열한 연구개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샘표는 매년 매출의 4~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직원의 20%가 연구원이다. 샘표는 1955년 장류 전문 연구소를 개설해 품질 분석과 관리에 나섰으며 동시에 간장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미생물과 발효 기술을 집중 연구해왔다. 꾸준한 연구를 바탕으로 2001년 ‘맑은 조선간장’을 출시하며 전통 한식 간장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샘표는 연구 중 개발한 미생물 제어 기술을 발전시켜 2010년 순식물성 콩 발효 ‘요리에센스 연두’를 출시하기도 했다.

샘표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샘표 양조간장 501’ 역시 거듭된 연구개발의 결과물이다. 샘표는 발효에 중요한 깨끗한 물과 좋은 공기를 확보하기 위해 1987년 경기도 이천에 고도의 미생물 컨트롤과 발효가 가능한 국내 최대 간장 공장을 설립했다. 프리미엄 간장을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설비 환경을 갖추게 된 것이다.

더 좋은 맛을 내는 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급 대두와 통밀의 최적 배합을 찾고, 가장 적합한 미생물로 발효시켜 6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제품이 바로 샘표 양조간장 501이다. 샘표 양조간장 501은 조화로운 맛과 향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간장으로 국내 양조간장 시장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샘표는 2013년 충북 오송에 국내 최초 발효전문연구소인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설립했다. 우리발효연구중심은 국내 최고의 ‘미생물 보고’라고 불린다. 이 곳에는 장의 맛과 향, 색을 내는 미생물 600여 종을 보유한 미생물뱅크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종균을 찾아 수집하고 연구해 원하는 맛과 향을 끄집어내 활용하는 샘표의 미생물 제어 기술이 조명받는 이유다.

2019 에너하임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요리에센스 '연두'를 선보이는 모습. 샘표 제공
◆ 세계에 ‘우리맛’ 알린다···그 중심에는 ‘연두’

샘표는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특히 채식이 발달한 한식문화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우리맛을 구성하는 식재료와 소스, 조리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우리맛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샘표는 우리맛의 근본인 발효 기술과 장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핵심 제품으로 요리에센스 ‘연두’를 꼽는다. 연두는 고도의 미생물 제어 기술과 우수한 콩 발효 기술을 접목해 전통 한식간장의 깊은 맛을 살리면서 나트륨 함량을 낮춘 제품이다. 해외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는 ‘매직소스’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연두의 가능성을 확인한 샘표는 2018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샘표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채식 위주의 건강한 한식과 그 중심에 있는 ‘발효’를 바탕으로 한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베이스캠프다.

요리에센스 연두는 2018 애너하임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지속 가능한 식품으로 인정받아 ‘올해의 혁신 제품’에 선정됐으며, 미국과 스페인, 독일 등에서 열린 여러 박람회와 전시회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 5월 미국레스토랑협회가 주관하는 식품음료어워즈에서는 국내 제품 중 유일하게 ‘올해의 혁신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샘표는 장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맛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단품 위주의 한식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장을 현지 음식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한국 식문화를 세계 각국의 식문화와 접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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