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제품들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친근한 상호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제품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대표 제품군과 그 제조업체의 성장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한국 조민욱 기자] 사이다는 대중들이 가장 즐겨찾는 탄산음료 중 하나다. 시중에 다양한 사이다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그 중 가장 대중적인 제품은 올해로 시판 70주년을 맞는 ‘칠성사이다’다.

칠성사이다는 지난해 국내 사이다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으며, 사이다로만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4월말 기준 칠성사이다의 누적 판매량은 250ml 캔 제품 기준으로 약 295억캔에 달한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98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 70살 넘긴 칠성사이다의 성공비결

칠성사이다는 6.25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5월 9일 첫 출시 됐다. 1949년 12월 15일 최금덕, 박운석, 방계량, 주동익, 정선명, 김명근, 우상대 등 7명의 주주들은 ‘동방청량음료 합명회사’를 세웠다. 회사 창립기념일은 칠성사이다 출시일에 맞춰 5월 9일로 정했다.

‘칠성’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본래 주주 7명의 각기 다른 성을 감안해 칠성(七姓)이라는 제품명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회사의 영원한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별을 뜻하는 성(星)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늘날의 칠성(七星)이 탄생했다. 이후 칠성사이다는 '한미식품공업(1967)', '칠성한미음료주식회사(1973)'를 거쳐 롯데칠성음료에 매각되면서 현재까지 7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칠성사이다가 국내 ‘사이다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가장 큰 원동력은 투명한 공정을 기반으로 본연의 맛을 충실히 이끌었다는데 있다. 칠성사이다는 우수한 물처리 시설을 기반으로 물을 순수하게 정제한다. 또한 레몬과 라임에서 추출한 천연향만을 사용하며, 카페인과 인공색소를 첨가하지 않는다. 합성향료, 카페인,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3무(無)’ 제품인 셈이다. 사이다 본연의 맛에 충실하면서도 인체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적절한 마케팅을 전개했다는 점 또한 칠성사이다의 성공비결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겨울철은 음료시장의 비수기다. 1970년대 후반 난방설비가 좋은 아파트가 한창 보급되던 시절, 칠성사이다는 ‘겨울에 마시는 칠성사이다 역시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통해 겨울철 비수기에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1981년 국내 처음으로 컬러TV가 방영됐을 때에는 ‘모든 것이 컬러화되고 있지만 음료는 역시 칠성사이다가 좋습니다’라는 광고를 내세워 환경 변화에 대응했다.

현재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80년대 윤시내, 구창모, 이선희 등 인기 가수들이 불렀던 칠성사이다 CM송을 떠올리기도 한다. 경쾌한 리듬과 함께 ‘슈슈슈비 슈비 슈바 칠성사이다’로 시작되는 CM송은 청량음료를 마시고픈 욕구를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다국적기업인 코카콜라의 공세를 막기 위해 ‘콜라를 마실 것인가?사이다를 마실 것인가?’라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캠페인을 전개한 것 역시 칠성사이다의 차별화된 광고전략이었다.

◆ 소풍 먹거리의 대표 '칠성사이다'

7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말해주듯 칠성사이다와 관련된 추억도 다양하다. 기성세대라면 학창시절 소풍을 앞두고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과 계란, 그리고 칠성사이다의 조합을 떠올리곤 한다. 먹고 사는 데에 급급했던 시절, 칠성사이다는 소풍 등 여행길에서나 마실 수 있는 고급음료였다. 김밥과 계란, 칠성사이다의 조합은 ‘소풍 삼합’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든든한 소풍 먹거리였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갑갑한 상황이 후련하게 풀릴 때 ‘사이다’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이다 특유의 청량감과 시원함을 은유적으로 활용한 표현이다. 2015년 사이다라는 신조어에 착안해 만든 ‘완전사이다’ 광고도 이목을 끌었다. 영상은 음식 메뉴를 고르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생기는 답답한 상황을 칠성사이다로 해소하는 에피소드인 '아무거나 여친편'과 사투리를 오해해 생기는 답답한 상황을 칠성사이다가 시원하게 뚫어주는 '오빠가면 가온나편'으로 구성됐다. 당시 광고 유튜브 조회수는 업로드 이틀 만에 100만뷰를 넘어서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칠성은 지난 1월 가수 이선희를 33년만에 칠성사이다 모델로 재발탁했다. 칠성사이다 병, 캔을 땄을 때 들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이선희가 불렀던 ‘언제나 칠성사이다’ CM송을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과거 1970년대부터 1990년대 광고 12편이 영상 소재로 활용돼 지난 30년간 칠성사이다와 함께 한 추억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추억 감정소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칠성사이다와 관련한 옛 추억들을 되새기기도 했다. 5월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을 칠성사이다 모델로 발탁하면서 젊은 층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수브랜드 '칠성사이다'. 70년간 사이다 본연의 맛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소비층의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예나 지금이나 대중들이 가장 먼저 즐겨찾는 국민음료로 자리잡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