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넥슨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넥슨 설립자 김정주 NXC 대표는 지난해 경영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을 15조원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 넷마블 등 당시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15조원에 못미치는 금액을 제시하자 김 대표는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김 대표는 넥슨을 글로벌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매각 계획을 접은 후 넥슨의 첫 공식 행보는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스튜디오의 자회사 편입이었다. 유럽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었다.

◆ 글로벌 전략 시작은 ‘해외법인’ 설립

넥슨 글로벌 전략의 시작은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슨은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 북미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각 나라별로 법인을 설립했다.

먼저 2005년 북미에 넥슨 아메리카 법인을 세웠다. 당시 북미 게임시장은 비디오게임이 중심이었다. 온라인게임 업체로 도전장을 내민 넥슨은 세계 최초로 고안한 ‘온라인게임 부분유료화 모델’을 북미 시장에 선보이며 온라인게임 분야 개척자로 주목 받았다. 현재도 넥슨 아메리카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마비노기’, ‘하이퍼 유니버스’, ‘마비노기 영웅전(현지명: Vindictus)’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넥슨타이완은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의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지원하는 법인으로, 2015년 12월 타이완 타이베이시에 설립했다. 넥슨타이완은 넥슨에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모바일게임의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 마케팅 및 CS, 커뮤니티 관리 등을 지원한다. 긴밀한 실시간 대응과 효율적인 운영으로 넥슨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넥슨은 일본법인을 2011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며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넥슨 일본법인은 현재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해외법인을 통해 현지에 맞는 게임을 서비스한 결과 넥슨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7143억원을 넘어섰다. 넥슨 전체 매출 2조6840억원의 64%가 해외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과감한 투자

지난해 매각을 철회한 후 넥슨이 보인 첫 공식 행보가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스튜디오의 자회사 편입이었다는 점은 앞으로 넥슨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넥슨은 현재 엠바크 지분 72.8%를 확보한 상황으로 빠르면 올해 안에 지분 100%를 인수할 방침이다. 넥슨은 엠바크를 기반으로 그간 약한 고리로 지적되어 온 유럽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 엠바크의 역량에 라이브게임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킨 차세대 온라인게임 개발에도 착수했다.

앞서 넥슨은 자회사 네오플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1조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차입했다. 넥슨은 차입한 현금을 포함해 총 15억 달러(약 1조8394억원)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상장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엠바크와 같은 게임개발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상장사 투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구체적 사명 공개 없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상장기업이라고만 공시했지만 엔터테인먼트에는 연예나 콘텐츠 사업뿐만 아니라 게임도 포함되는 만큼 게임관련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가 지적재산권(IP)을 강조한 만큼 글로벌 콘텐츠 회사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주 NXC 대표가 평소 미국 월트 디즈니를 최고 파트너로 언급해온 만큼 디즈니 투자도 고려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는 세계적인 IP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하나로 게임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2020년, 글로벌 '선택과 집중' 전략

넥슨은 올해 글로벌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엠바크 인수처럼 상대적으로 약한 시장은 개발사 인수를 통해 기반을 마련하고, 이미 자리잡은 지역은 국가별로 어울리는 게임을 선택해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모바일 버전 '카트라이더'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한국과 일본 등 소위 통할 것 같은 시장 위주로 공략하고 있다. 북미 시장의 경우 모바일 게임보단 콘솔 규모가 더 큰 점을 인식해 콘솔과 PC 이용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중국시장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추가로 출시해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넥슨 자회사 네오플은 최근 개발인력 170명을 제주 사옥에서 서울로 이동시켜 중국시장 공략에 대비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V4’를 앞세워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아시아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V4는 현지 이용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넥슨의 효자 게임이다.

넥슨 관계자는 “각 개발조직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넥슨만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 공격적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넥슨 게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