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생산 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2025년까지 증가” 예상
OPEC, 러시아 비롯한 비OPEC과 중장기 협력 플랜 ‘궁여지책’

오일 리그 이미지(사진=픽사베이).
[스포츠한국 이주영 기자]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한 하반기 국제유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갈등과 OPEC(석유수출국기구) 감산 연장에도 유가는 소폭 상승에 그치는 상황. 이는 미국의 원유 생산이 꾸준히 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올해 4분기 석유 순수출국으로의 전환도 전망된다. 이에 따라 OPEC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 갈등에도, IEA “수급 문제없다”

지난 19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불법 항해'를 이유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하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에도 국제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사진=IEA).
우선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성명을 발표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주요 원유 소비국이나 산유국은 물론, IEA 회원국 및 관련국 정부와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원유 생산이 수요를 초과해 하루 90만 배럴씩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 원유 시장은 공급이 원활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지정학적 긴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수급 상황만을 고려할 경우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 OPEC+ 감산 연장, 왜 내년 ‘3월’인가

OPEC 14개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국이 모인 OPEC+는 지난 2일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진행했던 감산을 내년 3월까지, 9개월 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감산량 규모는 기존대로 120만 배럴이다.

석유공급 측면에서는 올해 4월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월 기준 사상 최초로 1200만 배럴을 넘기는 등 미국 원유재고가 상당 수준 증가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치면서, 감산 연장은 당연한 수순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석유수요 증가세 둔화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말이 아닌 2020년 3월까지 감산을 연장한 이유다. OPEC+가 감산을 2020년 3월 말로 연장함으로써, 올해 말 감산 연장 이슈가 또 다시 불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정제시설들이 유지보수에 돌입하는 내년 1분기에는 석유수요가 감소하고 재고는 늘어난다. 석유공사 석유동향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감산을 연장할 경우, 12월에 다시 감산 여부가 이슈로 떠오르고 불확실성이 커져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내년 3월까지 감산을 연장함에 따라 내년 1분기에 약 1억 배럴 가량의 석유재고가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수세몰린 OPEC, 러시아와의 협력은 ‘궁여지책’

특히 이번 OPEC+ 회의에서는 협력 헌장(the Charter of Cooperation)의 초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OPEC+가 공식적인 협의체로 발족될 경우, 석유공급의 조절을 상시화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석유공사 석유동향팀 관계자는 “내년 3월 말 감산이 끝난 후에도 미국의 석유생산이 줄지 않거나 세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석유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다시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공식 협의체가 구축될 경우, 공급조절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과 집행이 용이해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OPEC이 비OPEC과의 장기적인 협력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OPEC이 수세에 몰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석유정보기관인 에너지 인텔리전스는 '2016년 이후 최근까지 글로벌 석유수요가 약 425만 배럴 증가했으나, 대OPEC 원유수요(OPEC이 생산하는 원유에 대한 수요)는 동기간 약 200만 배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석유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동안에도 미국이 석유생산을 늘려 전 세계 석유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반면, OPEC의 시장 점유율은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국의 원유 생산이 꾸준히 증가할 것인 만큼, 국제유가는 상승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IEA 등은 미국을 비롯한 비OPEC의 석유공급이 2025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원유생산이 2020년까지 지속 증가할 것이며, 올해 4분기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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