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음악 밖에 모르던 듀이가 친구 이름을 사칭하고, 초등학교에 취직해 학생들과 밴드를 결성한 영화 ‘스쿨오브락’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99년 밴드의 피를 숨기고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이한웅 씨는 2005년 결국 칼을 빼들고 밴드 동호회를 결성했다. 이 씨는 스쿨오브락 주인공처럼 친구의 이름을 사칭하지 않았지만, 밴드에 대한 열정만은 영화 속 주인공만큼 강했다.

그래서 탄생한 사내 동호회가 ‘엔씨오브락’이다.

엔씨소프트 동호회 '엔씨오브락' 공연모습.
◆ 동호회 가입 조건은?

15년을 맞은 이 밴드 동호회는 처음 시작할 당시, 외부 밴드에서 만난 10명이 결성했다. 한 때는 60명이 넘었으나 관리 등의 이유로 지금은 5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준 씨는 “50명의 동호회원들이 밴드 안에서 또 팀으로 구분된다”며 “작년 말 기준 8개 팀 정도로 한 사람이 두 개 팀에서 활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어 “과거에는 오디션을 통해 동호회원을 모집했는데 지금은 열정과 무대공포증만 없으면 가입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면서 “자신감, 즉 아이덴티티만 확실하다면 열려있는 동호회”라고 덧붙였다.

실제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이승준씨는 현태 팀명을 ‘더 이승준 밴드’로 운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동호회 '엔씨오브락' 공연모습.
◆ 초보자가 실제 무대에 오르기 까지 얼마나 걸릴까?

현재 엔씨소프트 2층에는 연습실 겸 무대가 있다. 이곳에서 엔씨오브락 멤버들은 점심시간과 업무 후에 정기적으로 연습을 한다.

직전 회장을 맡은 이준성 씨는 “초보자가 오면 레슨도 진행하고, 코드 4개로 할 수 있는 연주를 연습해 3개월 이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며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시간을 많이 투자한 사람이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어 “다양한 정기 공연을 하는데 아무리 연습을 많이 했어도 실제 무대에선 의도와달리 많이 틀린다. 공연에 대한 스트레스보단 연습하는 과정, 무대에서 즐기는 것이 중점”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오브락 자체 기획한 뮤지컬 ‘스페이스 기타 오디세이’ 포스터. 이 포스터도 동호회서 직접 제작했다.
◆ 기억나는 공연이 있다면?

이한웅 초대회장은 “엑스재팬처럼 분장하고 연주보다는 퍼포먼스 축제처럼 무대를 즐긴 무대가 기억이 난다”면서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뮤지컬 ‘스페이스 기타 오디세이’ 공연”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기타 오디세이는 안무부터 작사, 작곡, 배역 등 전부 엔씨오브락에서 만들어 무대에 올린 뮤지컬이다. 당시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능기부가 이어졌는데, 게임음악이나 음악을 오래한 사람이 작자와 작곡을, 포스터는 게임 디자인이, 안무는 강사를 초빙해 배웠다.

이한웅 씨는 “뮤지컬을 만들 당시에는 정말 엔씨소프트 각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퀄리티가 수준급이었다”며 “뮤지컬을 또 만들고 싶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엔씨오브락 동호회 멤버.
◆ 앞으로 동호회 목표와 계획은?

이준성 씨는 그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락수다’가 유명해지는 것이 목표다. 또 동호회원 중 '미안해요'라는 음원을 출시하고, 1인 밴드로 활약하고 있는 '이름은 아직 고민중' 처럼 직접 작사, 작곡한 음원을 출시하길 희망한다.

현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준 씨는 “9월에 열릴 정기공연을 착실히 준비해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 목표”라며 “하지만 진짜 목표가 있다면 판교 직장인밴드 중 누가 최고인지 대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내 동호회 공연의 목표가 서로 친분을 쌓고 즐기는 것이라면, 원대한 꿈은 판교 넘버원 밴드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기획도 하고 지자체 투자가 이뤄진다면 판교 직장인 슈퍼밴드처럼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베스트 멤버로 출전하면 우리 엔씨오브락이 무조건 1등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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