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좀 나이 먹고 가요에 대해 관심있는 독자라면 친숙한 이름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을 문화부 전문기자로 지내면서 경향신문을 통해 오랜 세월 독자들과 교감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대중들과의 소통이 원활한 신문기자라서 그 이름 석자가 알려진 것만도 아니다. 그는 기자가 되기 전에 시인이었다. 그것도 지난 1986년 동인지 ‘대중시’로 데뷔한 중견시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월간 ‘시인동네’가 발굴시인 특집으로 오광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30년 넘는 세월을 기자와 시인으로 번갈아 살아온 그가 시인으로서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라는 표제의 시집을 내놨다. 출판사 ‘애지’의 여든한번째 시집이다. 그의 첫 시집이기도 하다.

표제만 보면 언뜻 파릇파릇한 스무살 청춘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사랑에 대한 소중하고 소중했던 아련한 추억을 세월에 찌들린 나머지 무가치의 범주에 내팽겨치는 듯한, 다소 무책임한 배신과 냉소적인 변신을 떠올린다.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은/얼음 풀린 강을 따라/강물의 끝에 있다는 도시로 떠나고/보이지 않는 사랑의 단단한 뿌리만이/언제가 돌아가야 할 이 땅에/가슴 묻고 있는 오늘……오늘도 그 땅에서/겨우내 죽어 있던 목숨의 뿌리들이 움터 오른다.’

반전이고 희망적이다. 겨우 뿌리만 남겨진채 ‘그 땅’에 묻혀 있었던 ‘사랑’이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그 땅’에서 움트고 있다고 했다. 가슴 절절했던 사랑을 되찾고 싶은 시인의 역설이다.

해설을 쓴 유성호 평론가는 이를 두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착과 새롭게 다가오는 신생의 기운을 이채롭게 결속한 세계‘이며 ”고통에 대한 자기 위안과 치유의 속성을 강하게 견지하면서 어둑한 추억과 진정성 있는 고백을 통해, 사랑과 그리움의 언어를 통해, 삶의 성찰적 담론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부 기자로서의 직업적 기질도 드러나고 있다.

그간 그가 취재현장에서 만나 두텁게 교분을 쌓았던 가수 조영남과 조용필, 한영애, 이소라도 이 시집의 한 페이지씩을 맡았다. 조영남은 ‘한 사내’로 조용필은 자신의 히트곡 ‘킬로만자로’로, 한영애는 ‘세상에 건널 수 없는 강은 없다’로, 이소라는 ‘구월의 장미’로 개인적 소회와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시인의 말'을 통해 느껴지는 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자기반성과 약속도 음미할만 하다.

"시인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죽을 때까지 시를 써야 하는, 그러나 결국 좋은 시를 못쓰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인종일 아닐까요. 늦었지만 청년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스무 살 때 좋은 시를 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이제는 스무 살의 시와 또 다른 시를 쓸 수 있을 것라고 생각합니다."

시집은 모두 4개의 테마로 67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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