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강병원 기자] 격변기 한국경제의 마중물이 된 간호원과 광부의 국내 송금과 1억5000만 마르크의 차관, 그리고 우리에게 근면과 절약정신의 귀감과 성공의 롤모델이었던 독일. 전문 외교관 출신의 저자는 신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통해 유럽을 넘어 지구촌 정치 경제 외교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독일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고 21세기 한국사회의 지향점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외무고시를 거쳐 1981년부터 36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고 있는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독일을 꼽는다. 그는 “독일은 단순히 좋은 나라가 아니라 최고의 나라다”라는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의 당당한 이임연설에 부러움을 느낀다. 한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할 목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10년이 넘는 독일생활에서 직접 몸을 부딪히며 겪고 느꼈던 독일 사회의 심층적이고 객관적인 실체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마음이다. 그 결실이 이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독서의 감상을 뛰어넘는다. 인상비평적인 독일의 겉모양이 아니라 독일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패턴적 현상을 통찰하고 있다.

우선 연방제, 합의제 의회정치, 법치주의, 사회국가, 사회적 시장경제, 미텔슈탄트, 공동결정제, 지식과 교육, 듀얼시스템, 에너지 전환과 같은 제도적 현상을 소개하고 신성로마제국으로부터 바이마르공화국과 히틀러의 제3제국을 거쳐 전후 과거사 극복과정과 통일후 두차례의 경제기적을 이루는 역사적인 발전과정이 이런 제도적인 현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과 함부르크에 주재하면서 만난 100여명이 넘는 전문가들의 강연이나 견해를 이 책에 담았다.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독일모델로부터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심층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지만 속내는 ‘독일이라는 거울을 빌려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

또한 그는 독일의 모델적 특성이 지구촌의 이슈들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득인가, 실인가? 기본 소득제는 합리적 대안인가?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종교개혁 500년을 맞이한 현대인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갖나? 관료제와 관료주의는 현대국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등등의 주제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된 고객정치와 정경유착에 대한 경고, 민영화의 한계, 구글세 논쟁, 고액연봉의 적정선과 사회의 재봉건화, 인구와 난민문제,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등 세계적인 주제에 관해서도 독일의 사례에 비춰 날카롭게 분석한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경영학의 석학으로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을 펴낸 헤르만 지몬 교수는 추천서를 적으면서 “나는 ‘히든챔피언 글로벌원정대’에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모델적 특성들을 찾고자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나의 이러한 경제적 관점을 사회적, 정치적 구도로까지 확장했다. 그는 ‘독일모델’에 대한 국경을 뛰어넘는 거시적 통찰을 통해 한국에 접목시킬 수 있는 성공요소들을 밝히려 시도했다”고 장시정 총영사의 거시적인 안목을 주목했다.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1부 ‘독일은 어떤 나라인가’에서는 독일의 현재에 대한 평가로서 ‘젊은 나라’를 소개하고 역사적 배경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2부 ‘무엇이 독일모델’인가에서는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 모델적 특성들을 선별 소개한다. 이 모델적 특성에는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 대응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3부 ‘독일모델은 지속가능한가?’에서는 독일과 독일모델의 앞날을 인구와 난민문제, 유럽연합의 정책에 초점을 맞춰 전망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 4부 `독일모델과 한국‘에서 이 책의 최종 목적지를 보여주고 있다. 독일모델의 바탕이 되는 연성적 요소들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비교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한국사회에서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생각과 대화문화, 네트워킹 열풍, 칸막이 없는 사회, 저신뢰 사회, 낮은 국제화 수준, 지속가능하지 않은 완벽주의, 동물학대 등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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