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부터 5월20일까지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

이상국 유작, 봄 나무 2014.
이상국 목판화 유작전 ‘그날-REVOLUTION’이 열린다.

지난달 고인이 된 작가가 2007년 암 선고 이후 투병 생활 중에 작업한 ‘봄 나무(2014년) 등 신작과 1979년 이후 제판했으나 발표하지 않은 소품 ’공장지대(구로동, 1979년)‘ 등 12점을 3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전시한다.

이상국 작가는 목판화와 회화를 넘나들며 40여년 동안 굵고 웅혼한 표현성이 깃든 작업을 했다.

1970년대부터 타계한 올 봄까지 그가 태어나고 살고 자랐던 공간인 서울 서북부가 작품의 주요 무대다. 삶의 편린들을 우리 이웃들과의 풍경과 인물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조형과 서정으로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7년 출판문화회관에서 시작한 첫 개인전부터 전통적인 서민 정서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회화 형식을 추구했고, 지난 40년의 작업 궤적에서 일관되게 증명했다.

이상국 유작, 캘리포니아의 흰산 2008
작가는 2007년 암 선고를 받았다. 네 번의 수술과 긴 투병 생활도 작업에 대한 열정을 꺾지 못했다. 지속적인 회화와 목판화 작업으로 2011년 가나화랑, 2012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인성미술상 수상작가전, 2013년 나무화랑 전시 등 세 차례나 개인전을 갖고 새로운 형식을 탐구했다.

작가는 생전에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항상 무당이 칼 위에 선 것 같이 긴장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무당은 칼 위에서 다른 마음을 먹으면 피가 나는데, 작가가 그렇지 않다면 곤란하다”고 말할 만큼 투철한 작가 정신을 작품 속에 담았다.

또 “내 필법은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장을 스케치한 것을 다시 목판에 칼로 떠본 후 유화를 그리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현실의 자연이 아니고 이미 조형화된 목판화 작업을 놓고 재구성 한다는 점에서 이미 그릴 때부터 일정하게 현실에서 이탈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삶의 무게를 실은 침묵의 소리’라는 글에서 ‘이상국 목판화의 매력은 간결한 형태와 느낌을 동반한 선에 있다. 화면상에 절대로 서사적인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는다’며 ‘나무, 산동네, 산, 시골아이 등 즐겨 그리는 일정한 대상에 대한 깊은 관조와 사랑을 응축시킨 형상으로 담아내는 것’이라고 평했다.

전시기획자 겸 평론가인 김진하 나무화랑 대표는 ‘그의 자연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작업 형식에 이르면 이와는 다르게 보다 엄격하고 견고한 태도를 보인다’며 ‘스케치를 거치면서 대상에 내재된 특성을 찾아내는 분석적인 조형성을 추구하면서도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대상의 왜곡, 구축, 해체 등의 방식을 자유분방하게 구사함으로 다소 진부하게 보일 수 있는 서민적인 정서를 모던하고 주관적인 개성으로 드러냈다’고 ‘질박한 정서, 그 둔중한 삶의 의지’이란 제목의 서문에서 분석했다.

이상국 유작, 홍은동에서 2005
이상국 작가는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고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줄곧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일민미술관, 한솔문화재단, 삼성전자, KBS,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 이건창호, 한솔뮤지움 산 등에 소장돼 있다.

판화가 유작전은 1996년 6월21일부터 7월20일까지 학고재와 아트스페이스 서울에서 열린 오윤 10주기 유작전 이후 처음이다.

이상국 유작,카디프 항구의 축제 2005
이상국 유작, 공장지대(구로동에서)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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