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색성야(食色性也)] 여자의 오르가즘은 추방됐다? (2)
"오르가즘·임신 상관없다" 밝혀지자 히포크라테스 신화 무너져

17세기 말, 18세기 중반까지 유부남들은 아내들의 오르가즘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말, 과학이 발전하게 되자 아내들의 오르가즘을 방치하게 된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이야기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의학의 아버지'라 불린다)로부터 시작된다.

"섹스도 분명, 인간 행위의 하나인데... 의사의 한 사람으로 섹스를 연구해야겠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히포크라테스는 섹스와 여성의 임신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히포크라테스가 여성의 오르가즘의 실체를 최초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음... 여자가 절정에 오르면, 신체가 이렇게 반응하는군."

재미있는 건 히포크라테스가 여성의 오르가즘을 임신과 연결해 생각했다는 것이다.

"에, 그러니까 임신을 위해서는 남성의 정액과 여성의 난자가 잘 섞여야 돼. 네들 칵테일 알지? 칵테일 만들듯이 아래위로 잘 섞어서 흔들어야지 애가 들어선다는 거지. 이때 중요한 게 여자가 오르가즘에 올라야 한다는 거지. 여자가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절정에 달해야지만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임신의 기본적인 원칙을 알아낸 것에 한발 더 나아가 오르가즘이 임신을 성공시킨다는 논리까지 만들어 낸 것이다. 문제는 이 논리가 중세를 거쳐 18세기까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괜히 의학의 아버지겠어? 분명 열심히 연구해서 내놓은 결과잖아."

"그럼, 그 사람 연구가 꽤 정확하지. 이제까지 맞았으니까, 이것도 맞을 거야."

이리하여 사람들은 아내를 임신시키기 위해서는 아내를 절정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게 되었고, 2세를 얻고픈 유럽과 미국의 유부남들은 목숨을 걸고 아내의 오르가즘에 도전하게 된다.

"코... 코피가 터지고, 허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마, 마누라를 절정에 끌어올려야 해."

"그, 그럼 무슨 일이 있어도 마누라를 끝까지 밀어올려야 해!"

유부녀들로서는 입에 귀에 걸릴 상황이었다. 남편들이 알아서 아내들의 오르가즘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 섹스에 한해서만은 여성들에게는 유토피아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호시절도 18세기 말이 되면 끝나게 되는데...

"오르가즘과 임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과학이 발전되고, 현미경 등 각종 장비가 발명되면서부터 이제까지 위세를 떨쳤던, 오르가즘과 임신 사이의 상관관계 공식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결국 오르가즘과 임신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히포크라테스의 신화는 무너지게 된다.

문제는 이 연구결과가 여기서 끝났다면, 그럭저럭 여성의 오르가즘은 지켜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명은 여성의 오르가즘을 배신하게 된다.

"여자들은 원래 불감증이다!"

"여자의 섹스는 오로지 2세 출산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여자는 남자의 정액을 받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 연구결과가 이런 엉뚱한 관념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지난 세월에 대한 남성들의 반작용 때문이었을까?).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빅토리아 시대의 개막이었다.

여성의 정조와 현숙함이 최고의 미덕으로 꼽혔던 빅토리아 시대(실제 일상은 그 반대로 돌아갔지만)의 개막은 여성들의 섹스를 암흑으로 몰아갔다. 이 암흑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서서히 걷히게 된다. 근 100여년 만에 여성들의 오르가즘에 대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의학의 발전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실증적 예시(?)라 할 수도 있겠지만, '목적성'이 있어야만 아내를 배려하고, 그렇지 않으면 돌아서는 남자들의 모습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사실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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