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색성야(食色性也)] 여자 없으면 술을 못마시는 민족?(1)

"돈만 있다면, 한국만큼 남자들이 살기에 좋은 나라가 없다."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원래 자본주의란 것이 모든 걸 상품화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체제이기에 성매매 역시 자본주의 논리로는 허용하는 오차범위(?) 안의 거래행위이다. 문제는 전세계를 다 더듬어 보더라도 한국처럼 성매매업소가 발전되었고, 성매매에 대해 '관용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나라가 드물다는 것이다.

"바람과 오입은 엄연히 다른 행동이다. 바람이야 마음이 가서 움직이는 거지만, 오입은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라면 한두 번쯤 겪게 되는 일이잖아? 밖에서 일하는 남자라면 당연히 통 크게 놀아야지."

이런 논리는 종국에 가서는,

"남편은 출근하는 순간 내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해라.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내 남자지만, 일단 문지방 넘어가면 그 순간부터 내 남자 아냐."

라는 여자들의 논리로 이어지게 된다. 그 정도로 대한민국의 성매매는 뿌리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성매매금지법 발효 이후 '성매매=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남성들에게 성매매란 허용된 오차범위 안쪽의 '일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긴 매춘업 규모가 24조원에 달하고(GDP의 4.1%), 15세에서 29세까지의 여성인구 800만명 중 어떠한 형태로든(티켓다방, 룸살롱, 단란주점, 보도방 등등) 활동하는 여성수가 120만에서 200만 내외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인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어째서 한국에서는 성매매가 이렇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이다지도 발전한 것일까란 의문이다.

"원래 한민족이 놀기를 잘해서 그런 거 아냐? 음주가무 하면 또 우리 민족이잖아."

"하긴, 우리 민족이 좀 잘 놀지?"

음주가무에 취미와 특기가 있었다는 논리인데,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유는 조선왕조와 '유교'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와 성리학자들! 이들은 구시대의 유물은 다 갖다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때 딱 걸린 것이 '기녀'였다.

"유학자가 여색을 탐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뭐 그건 그렇지만, 원래 이상과 현실에는 차이가 보이는 법이잖아. 안 그래?"

"그래서? 기녀들을 그대로 존속시키자고?"

"아니, 뭐... 나는 원칙론을 말했을 뿐이고..."

조선시대 성매매 여성들의 뿌리는 기녀인데, 기녀의 뿌리는 고려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고려시대엔 수많은 노비들이 있었는데, 고려가 중앙집중의 관료사회로 발전하면서 점점 사노비가 국가의 공노비로 전환되었고, 이 와중에 여자 노비들이 관기로 발전하게 된다. 이 기녀들을 어째야 할까가 조선을 개국한 성리학자들에게 당면과제로 떨어지게 된다.

"공맹의 도리를 배운 우리가 여색을 탐한다는 게 좀 그렇지 않아?"

"내가 말했잖아. 이상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는 법이라고. 당장 기녀들이 없어 봐라. 멀쩡한 처녀들이 길이라도 제대로 걸을 수 있겠어? 성기발랄한 애들이 그냥 두겠냐고!"

"그건... 그렇겠지?"

공맹의 도리와 함께 명분을 따지던 조선건국의 주역들! 그들은 기녀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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