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색성야(食色性也)] 스피어스는 왜 전리품에 집착했을까? (5)
나름 '진지한 사랑'도… 영국여성 7만명 남편따라 미국행

Wall job이라 해서 벽에 기대어 옷을 입은 채로 섹스를 하면, 임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영국 여성들… 그러나 그 믿음은 배신을 당한다.

"휴… 아무리 나라가 전쟁통이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아니… 그래도 인구가 줄어든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잖아! 문란한 게 아니라, 아예 흘리고 다녔잖아!"

영국 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이 시작 된 1940년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까지 영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25만 명 정도였다. 이들 중 10만 5천명이 사생아라는 통계가 발표됐을 때 영국인들의 반응은 한숨과 체념이었다.

"전쟁통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건 아니지! 프랑스처럼 독일군이 주둔한 것도 아닌데… 사생아라니!"

"당연한 거 아냐? 멀쩡한 남편들, 애인들 전부 전쟁터로 떠났는데, 누구랑 애를 만들었겠어?"

"그럼 기다려야지! 안되면,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던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왜 이렇게 문란해진 거야? 이게 다 양키 놈들 때문이야!"

"그게 꼭 양키 때문만은 아니잖아. 그쪽에서 아무리 찝적거린다고 해도, 여자들이 싫다고 거절하면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유혹이 있으니까, 넘어간 거 아냐! 유혹이 없어 봐, 이런 일이 생기나?"

"그게… 미군이 넘어온 건 1942년부터거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왜 갑자기 혼외정사 비율이 올라갔느냐 하는 점이다. 그 첫째 이유는 본토항공전을 겪으면서, 인생관이 바뀐 점을 들 수 있다.

"언제 폭탄 맞아 죽을지 모르는데… 살아 있을 적에 실컷 즐기자."

이런 감정이 들었으나, 남자친구와 남편은 머나먼 타국의 전장에 가 있는 상황! 결국 가까이에 있는 다른 남자나 미군들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머니라 할 수 있겠다. 영국이 전쟁통에 배급경제(미국도 마찬가지였지만, 더 심했다) 체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영국군보다 훨씬 부유한 미군병사들… 그것도 젊고 뽀송뽀송한 병사들이 들이닥치자 일순 넘어간 것이다.

"잘 생기고, 재밌잖아. 그리고… 돈도 많고."

"담배도 엄청 많아!(2차세계 대전 당시 돈만큼 위력을 발휘한 게 담배였다)"

결국 이런 전차로 영국 여성들은 미군과 풋사랑을 즐기게 되는데… 이는 곧 얼마가지 못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지고, 영국 본토에 있던 미군들이 썰물 빠지듯이 유럽으로 건너간 것이다.

그리고 영국 여인들이 향유하던(?) 미군과의 로맨스는 여타의 다른 유럽국가의 여성들… 그러니까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등의 여성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언제나 궁핍과 공포에 찌들어 있던 이들에게 있어서 미군은 하늘에서 내려온 엄친아였던 것이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을 삼자면, 영국 여자들과 미군들의 사랑 중 나름 '진지한 사랑'도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결혼하자."

"로버트…"

"지금 영국에 있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잖아. 전후복구 사업한다고 정신만 없지. 마가렛, 사랑해!"

전쟁 후 미군 병사와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 여성이 약 7만 명 수준이었던 걸 보면, 미군과 영국여성의 관계가 원나잇 스탠드만 있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아쉬운 건 이 7만 명 중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스피어스 대위가 사랑했던 여인은 빠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욕을 먹어가며 전리품을 챙겼지만…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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