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애도반응
사랑하는 사람 죽음 후 슬픔·불면증·죄책감… 우울증 증상과 비슷, 상담·약물치료로 개선

지난 주 배우 안재환의 사망소식을 접한 후 아내 정선희가 실신과 오열을 반복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현재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진 정선희는 고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 주변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평소 밝은 표정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사랑을 받았던 개그우먼 정선희의 변화는 '죽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자살로 잠정결론이 난 고 안재환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죽음은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안긴다.

정선희가 고 안재환의 죽음 이후 보이고 있는 행동은 의학적으로 '애도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애도반응이란 부모, 배우자, 연인, 자녀 등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나타나는 감정 및 행동의 변화를 가리킨다. 우울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애도반응의 증상으로는 슬픔, 불면증, 식욕감퇴, 체중감소, 사회활동감소, 무력감, 후회, 죄책감 등을 들 수 있다. 심한 경우 평소 하던 일을 못하게 되는 기능손상이 발생하기도 하며, 죽은 사람의 소리를 듣거나 형체를 보는 등 환각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석정호 교수는 "사랑하는 대상이 세상을 떠났을 때 누구나 애도반응을 경험하게 된다"며 "일반적으로 애도반응으로 인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능손상이나 환각증세가 나타날 정도로 증세가 심각하거나 2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로, 정신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애도반응 증상을 개선하는 데는 상담치료와 약물치료가 이용된다. 보통 수개월에 걸쳐 치료가 이뤄지지만 치료가 끝나면 후유장애가 남거나 재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애도반응으로 인한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정을 억누르면 오히려 병이 생기는 법이다. 죽음을 접했을 때 당사자가 충분히 슬픔을 표현하고,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일이 바쁘면 죽음을 생각할 겨를도 없어진다.

애도기간이 끝난 후에는 당사자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일상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적절한 격려가 필요하다. 종교를 갖거나 평소 대인관계를 폭 넓게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활기차게 하는 것도 애도반응으로 인한 후유증을 예방하는 한가지 방법이다.

■도움말=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석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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