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우기는 진화의 유산이다?… '진화의 외도' 출간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는 '외도'가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래밍이 된 본능적 행동이다?

적어도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바람을 피우는 행위가 결코 비도덕적인 현대의 고안물이 아니라 진화의 유산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가능하면 많은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한 경향이라는 것이다.

보통 남성들의 바람기가 더 심한 것도 생물학적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남성은 더 많이 바람을 피울수록 많은 후손을 얻지만 여성은 성적 접촉 빈도와 상관 없이 1년에 한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내의 외도를 감지한 순간 남성의 정자 배출 수가 자동으로 급증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후손 증식에 대한 '위험 요인'을 동물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유능한 짝짓기 파트너임을 증명해주는 수사자의 갈기는 실생활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갈기가 체내 열기의 배출을 방해해 사냥을 나가도 힘을 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암사자들이 직접 사냥을 해 수사자에게 먹잇감을 바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의 이면에 종의 보전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법칙'이 숨어 있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티아스 글라우브레히트가 쓴 '진화의 외도'(들녘 펴냄)는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 고생물학을 넘나들며 이 같은 '진화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후손 증식을 위해 수컷 오랑우탄이 사용하는 교묘한 트릭부터 900여 종의 변종을 탄생시킨 하와이 군도의 달팽이, 여성의 폐경을 둘러싼 진화론적 가설, 백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유를 잘 마시는 이유 등 진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들을 모았다.

저자가 여러 일간지와 잡지에 기고했던 생물학 칼럼을 모은 것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어법을 구사해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유영미 옮김. 27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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