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도나 사진을 들고 와서 무슨 사업을 하면 좋겠냐며 자문을 구하는 손님이 있다. 작년 10월, 40대 중반의 멋쟁이 신사가 찾아와서 사진을 한 장 내밀더니 무슨 장사를 하면 좋겠냐고 묻는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마당엔 나무도 많고 석등 장식물도 여러 개 있었다. 조경도 훌륭하고 터도 꽤나 넓어 별장처럼 보였다.

“고기 장사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별로 없네요.”

“일반 가정집인데요. 위치가 좋아 제가 구입해서 식당이나 할까 하는데요…”

“제 눈엔 고깃집으로 보입니다. 그냥 돌아가세요. 엉터리한테 점을 봐서 뭐하겠습니까.”

이 정도 상황이면 보통 사람은 자초지종을 말하고 다시 점을 봐달라고 부탁하는데 이 아저씨는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또 다른 실험을 하겠다며 덤빈다.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싸움에 지기 싫어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한 5분이 지나도록 이 아저씨도 아무런 말이 없다.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반응이 없어 이번엔 내가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내 손목을 잡는다.

“용서하세요. 진짜 궁금한 게 있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집에 뭔가 곡절이 있는데,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네요. 저도 도를 오래 닦아 가끔 신통하단 소리 듣거든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뻔뻔하게 굴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

“대문 앞에 사자의 망령이 딱 버티고 서 있네요. 그러니 손님들이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을 풀어주면 괜찮은 장소입니다.”

“아하∼ 바로 그것이었군요. 대문 옆 나무에 가정부가 목매달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을 한다. 사진 속의 집은 이 아저씨 고향 인근의 유명한 부잣집이라고 한다. 지금은 고깃집인데 장사가 잘 안돼 매물로 나와 살까 고민이라고 한다.

멋쟁이 신사는 내 권유대로 그 집을 구입하고, 가정부의 원혼을 달래주는 일까지 마치고서 개업을 했다. 얼마 전 지방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 보니 손님이 제법 많았다. 만년 적자를 보던 집에 조금이지만 흑자가 났다고 하니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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