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성이 쓴 '일본여성-性과 사랑, 삶의 역사'… "日여성은 가부장 사회에서 해방됐나?"

"세상이 만들어지던 시절, 여성은 태양이었고 진정으로 독립적인 개체였다. 그러나 지금의 여성은 달과 같다. 타인에게 의지해야 살 수 있고 다른 빛을 빌려야 비로소 환자처럼 창백한 얼굴을 드러내는 달과 같다."

1911년 일본 여성해방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인 히라스카 라이초는 '원시에 여성은 태양이었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후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사의 편집장인 츠위화(池雨花)는 '일본여성-性과 사랑, 삶의 역사'(시그마북스 펴냄)에서 이 글을 인용하며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전형적인 가부장 국가인 일본에서 태양은 여전히 가려져 있고 여성은 여전히 다른 이에 의존해 빛을 내는 달일 뿐이다"고 말한다.

그의 눈에 일본여성은 오래전의 여성과 다르긴 하지만 처한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변화의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지은이는 '기모노를 벗어 던진 현대 일본 여성들'을 다루며 전통과 관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직장여성과 정.재계에서 활약하는 슈퍼 우먼들, 여성들의 인생관과 결혼관의 변천사, 새로운 가치관을 함께 이야기한다.

독신, 만혼 풍조가 확산한 1980년대에는 25살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는 여성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31살이 넘으면 아무도 먹지 않는 '섣달 그믐 소바'로 불렸고 2004년엔 한 여성 수필가가 30살이 넘은 여성을 지칭한 '패배한 개'가 10대 유행어에 오르기도 했다.

국제결혼 상대로는 서양남자들이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겨울연가' 열풍 이후에 일본여성들은 '낭만적이면서 남성미까지 갖춘' 한국 남성들에 대한 선호가 크게 늘었다.

베일에 싸인 일본 궁정의 여성들과 일본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신비감의 대상인 게이샤와 기녀, 가부장적인 문화에 한없이 순종하는듯 하면서도 성에 개방적인 것으로 알려진 일본 여성들의 성문화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는 "수년간의 자료수집 과정에서 일본 여성에게 깊은 영향을 준 여러 역사적인 사실과 실례를 들어 일본 여성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지만 흥밋거리 위주의 표피적인 현상에 대한 주관적 설명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김현정 옮김. 500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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