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할 때 물고기가 일정한 곳에 모여 들도록 미끼로 던져놓은 먹이가 바로 ‘밑밥’이다. 필자는 밑밥과 관련해 재미있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

때는 25년 전으로, 당시 필자는 고교동창 L과 서울에서 대입재수를 하고 있었다. 입시가 두달여 정도 남자 주위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필자는 L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갔다.

참고로 필자의 고향은 전북 임실군 운암면에 있는 옥정호 근처이다.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당시만 해도 하루에 버스가 네번 밖에 다니지 않을 정도로 소위 깡촌이었다. 눈이나 비가 좀 심하게 내리면 하루 네번 밖에 없는 버스마저도 다니지 않았다.

시험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자 스트레스가 쌓여 술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술을 사려면 왕복 20리 산길을 걸어야 했기에 필자와 L은 서로 눈치만 봤다. 결국 지리를 잘 아는 필자가 길을 나섰다. 1.5ℓ짜리 소주 2병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됐다. 어둠 속에서 산길을 걷는 게 무섭기도 하고, 또 술도 마시고 싶어 걸으면서 한두 모금씩 술을 마시다 보니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1병을 깨끗이 비우고 말았다.

필자와 L은 호숫가에 앉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나머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는 길에 너무 과음을 한 탓인지 그만 호수에 구토를 하고 말았다. 호수에 내용물이 풀어지자 물고기들이 떼지어 모여드는 게 아닌가. 이 광경을 본 L은 필자의 괴로움에도 아랑곳없이 ‘야! 밑밥으로 이게 최고구나’라고 탄성을 질렀다. 세월이 흐르고 대학교수가 된 L과 술자리를 할 적이면 ‘밑밥의 추억’을 나누곤 한다.

필자에게 수술받은 사람 가운데 A씨는 결과가 좋아 본원의 모델 아닌 모델이 된 경우다. A씨의 바뀐 모습을 본 친구들이 시술을 받으러 제법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느날, A씨는 친구 3명의 수술을 부탁하기 위해 본원을 찾아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원장님이 저한테 밑밥은 확실하게 뿌렸네요~.” 웅선의원장 (02)744-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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