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패션] 여름 여행을 위한 제안

디자이너들은 대개 패션쇼가 끝나면 여행을 떠난다. 두세달 가까이 지속되는 창작의 고통을 털어내고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와 문화를 찾아 휴식과 재충전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하는 것이다.

이번 SFAA(서울 패션 아티스트 협회)의 선배 디자이너들과 떠난 여행은 수중 도시 베니스를 시작으로 동로마 제국의 수도이자 오스만 투르크의 수도로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를 꽃피웠던 터키의 이스탄불, 그리고 천국과도 같은 산토리니섬, 올림픽의 발상지였던 그리스 아테네까지의 긴 여정이었다.

지중해와 접경한 그곳은 뜨거운 태양과 하얀 집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풍경에 신화와 전설로 가득찬 곳이었다.

사실 디자이너란 직업이 항상 많은 사람들을 아름답게 꾸미는 직업이지만 자신들의 옷차림엔 디자이너들 만큼 무신경한 사람들도 드물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매일 매일 의상을 갈아입고 소품들을 고르면서 다양한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에 어울리게 옷을 갈아입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시작된다. 회색 빌딩 속의 어두운 정장과 진한 화장에서 잠시 벗어나보자.

이번 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휴가 여행에 필요한 리조트 룩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정리해봤다.

리조트룩 연출의 기본은 간편함과 편안함이다. 80년대의 복고적인 에이비에이터 선글라스, 넓은 헤어밴드로 휴양지에서 간편하게 멋을 낼 수 있다.

민소매 탑이나 헐렁한 티셔츠, 빅셔츠와 반바지도 필수 아이템이다. 빅셔츠는 탑위에 그냥 걸치기만 해도 루즈핏에 여유로워 보이고 멋지며 빅셔츠 위에 넓은 벨트나 긴 스카프로 골반에 맞추어 연출을 한다면 스타일리스트적인 감각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운동화와 샌들, 스트랩의 플립플랍도 좋다. 수영복과 선크림도 여행시 꼭 챙기길. 최근 몇 년간 섹시한 수영복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로맨틱하고 귀여운 스타일도 많이 사랑받고 있다. 비키니를 입는다면 비키니 위에 탑이나 핫 팬츠로 레이어드 룩을 연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햇살이 아름다운 여름의 선드레스는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다. 선드레스는 가볍고 시원한 소재로 된 것을 선택한다. 여름 바람에 드레스가 살랑거린다면 발걸음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화려한 프린트의 쉬폰 드레스가 한여름밤의 꿈처럼 아름답다(사진1). 꽃 프린트나 모던한 그래픽 프린트의 원피스나 탑, 액세서리들은 이국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멋진 추억과 스냅 사진을 남겨줄 것이다.

또한 줄무늬가 들어간 티셔츠에 챙이 큰 하얀 모자와 선글라스, 흰색 팬츠를 매치하여 마린룩을 완성한다면 여름 여행을 산뜻하게 해줄 것이다. 헐렁한 블라우스와 화이트 팬츠도 시크한 리조트 룩을 완성한다 (사진2).

동남아나 유럽의 휴양지를 간다면 현지의 정보가 자세하게 나온 여행 가이드 최신판으로 미리 사전 답사를 하고 가벼운 소설 한 권쯤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눈 앞에 펼쳐지는 멋진 리조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어폰으로 감성적인 음악을 듣다가 시간이 지나 휴가에서 돌아와 그 음악을 다시 듣는다면 '그때 그 장소'가 머릿속에 펼쳐질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에는 음악을 재생하는 플레이어도 패션의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어 있으니 메모리 카드도 여유있게 챙기고, 에머럴드와 같은 바닷속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 방수팩도 추천한다.

이러한 소품들을 가볍고 큰 토트백 안에 넣고 다니고, 목이나 허리에 연출했던 스카프를 토트백 손잡이에 묶어주는 방법 하나로도 멋쟁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비가 올 때를 대비하거나 여름밤의 외출을 위해 서머 트렌치 코트 하나는 준비하고, 휴양지에서의 낭만적인 디너를 위해 원피스 드레스와 수트 정도는 꼭 챙길 것을 권한다. 올 여름은 워낙 화이트 칼라가 유행하기도 하지만 바다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화이트 칼라의 패션 아이템 하나는 꼭 가져갈 것을 권하고 싶다.

조언 한 가지. 명품으로 치장한 옷차림과 거추장한 액세서리는 자칫 편해야 할 여행에서 짐만 될 수 있다. 진한 화장을 하고 땀이 흐르는 것이 무서워 에어컨과 그늘만 찾는다면 여행지가 집보다 자유롭지 못한 장소가 될 수도 있으니, 올 여름에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룩으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에서 디자이너들의 옷차림을 소개한다. 이번 여행에서 필자는 흰색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테네 박물관에서 한글 티셔츠 함께 흰색 바지를 입어 보았다(사진3).

디자이너 한혜자씨는 멋진 리조트룩을 선보였다. 옐로우 칼라의 루즈한 블라우스로 편안함과 포인트를 주고 복고풍의 큰 프레임 선글라스, 넓은 헤어밴드와 활동적인 반바지, 레드 칼러의 스니커즈로 완성했다.(사진4)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부띠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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