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디지털 세상에 귀신이라니"

영화음반 제작과정에서 가끔씩 빚어지곤 하는 ‘귀신소동’이 온라인게임에서도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귀신소동을 겪고 있는 게임은 넥슨의 ‘마비노기(mabinogi.com)’. 키아 던전이라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귀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으로 목격되고 있다.

이 귀신은 흰색 초보자용 옷을 입고 있으며 캐릭터 1개 혹은 2개가 겹쳐져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언뜻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상한 부분이 많다. 우선 이 귀신은 한자리에만 있지 않고 장소를 이동한다. 그것도 일반 캐릭터는 갈 수 없는 벽 속에 등장한다. 게다가 캐릭터의 눈동자가 붉은색이다. 마비노기는 캐릭터의 모습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지만 눈동자 색깔을 붉은색으로 설정할 수 없다. 더 신기한 것은 같은 방에 여러 명이 있더라도 귀신 캐릭터가 보이는 사람이 있고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게이머들은 “진짜 귀신”이라며 난리다. 그러나 회사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 상품인 ‘온라인’ 게임에 귀신이라는,‘오프라인’에서조차 모호한 영적 존재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게이머는 “넥슨이 장난친 것 아니냐”고 성화지만 넥슨측은 “일부러 그런 것을 넣어놓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넥슨은 귀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 버그(프로그램 오류)의 일종으로 보고 얼마 전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재분석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비노기를 개발한 넥슨의 데브캣팀은 “개발진이 프로그램을 꼼꼼히 뒤져봤지만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내지 못했다”며 “게이머들의 말처럼 진짜 귀신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엔터테인먼트 전문가 임상훈씨는 “음반을 제작할 때 간혹 가수들이 녹음실에서 귀신을 봤다는 얘기가 나돌면 그 음반이 히트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귀신소동을 겪고 있는 마비노기도 좋은 징조가 아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는 다른 온라인게임에도 있었다. 라그나로크(ragnarokonline.com)의 ‘붉은 머리띠의 전설’에서는 게임 도중 붉은 고양이 머리띠가 나타나면 게임 서버가 다운되거나 프로그램이 엉망이 돼 게이머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스포츠투데이 전형철 hoogoon@sportstoday.co.kr

입력시간 2004-05-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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