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보다 야한 드레스에 관심 집중
국내 국제영화제 지나친 성 상품화 도마에
"여배우·영화제 홍보 수단 악용" 지적도

노출 전시회냐, 국제 영화제냐?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3~12일)가 열흘 만에 끝났다.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가 열리면 대중의 관심은 작품상과 주연상을 누가 받느냐 등 출품작에 쏠린다. 레드카펫에서 볼 수 있는 여배우의 선정적인 자태는 눈요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달랐다. 누가 레드카펫에서 어떤 옷을 입었는지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쯤 되면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오인혜(2011년)와 배소은(2012년)에 이어 올해는 엉덩이 위쪽을 드러낸 강한나(24)와 등과 가슴을 거침없이 노출한 한수아(26), 그리고 가슴 노출이 지나쳤던 홍수아(27)가 레드카펫을 뜨겁게 달궜다. 노출 논란이 일자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사실 신인에게는 레드카펫이 스스로를 홍보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관객들이 어느 정도 허용해주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의 상품화가 지나쳤다.

강한나는 예상을 뛰어넘는 드레스를 입고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 마련된 레드카펫에 들어섰다. 등부터 허리를 거쳐 엉덩이 윗부분까지 드러낸 검정옷은 취재진과 영화 팬을 깜짝 놀라게 했다. 강한나는 20분 간격으로 레드카펫을 두 번이나 밟아 눈총을 받았다. 소속사 판타지아 관계자는 드레스 문제라고 둘러댔지만 야한 자태를 두 번이나 보여준 의도가 무엇이냐는 핀잔을 받을만했다.

수아란 이름을 가진 두 여배우는 앞태가 문제였다. 등이 훤히 드러난 한수아의 드레스는 가슴을 위험 수위까지 드러냈다. 한수아는 하이힐에 밟힌 드레스를 정리하면서 허리를 숙인 채 다리를 과도하게 들어올렸다. 고의였는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이 때문에 가슴부터 배를 거쳐 허벅지까지 선정적으로 노출됐다. 홍수아는 가슴골까지 깊게 패인 드레스를 입어 시선을 모았다.

노출 논란의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은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심경을 밝혔다. 강한나는 "논쟁거리가 된 게 얼떨떨하기도 하고 신기하다"면서 "사진으로 봐서 기분이 좋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체 노출이 지나쳤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한수아는 "의도적으로 포즈를 취한 것은 아니다"면서 "논란이 있었지만 이슈를 만들어서 아름답게 보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성을 상품화해 인지도를 높인 셈이다.

모 연예기획사 대표는 "오죽하면 저럴까"라며 고개를 저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도를 넘어섰다는 뜻. 그는 "노출을 통해 얻는 인지도는 영화제가 끝나면 곧바로 사그라든다"면서 "정말 꼭 저렇게까지 알몸을 드러내야 하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모 사업가는 "국제영화제를 자랑스러워했는데 영화제에 영화는 없고 옷 벗은 여배우만 있다"며 혀를 찼다.

파격적인 노출로 시선을 끈 여배우들은 과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을까?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가 낳은 노출스타 오인혜는 영화 소원택시에 출연했고, 2012년 노출스타로 낙점을 받은 배소은은 영화 닥터에 출연했다. 소원택시와 닥터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면 오인혜와 배소은이란 이름에는 노출과 정사라는 단어가 붙는다. 노출로 얻은 인지도는 노출과 관련된 배역으로 연결됐다.

레드카펫에서 노출 논란이 벌어진 행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영화제다. 오죽했으면 '부천엔 여민정, 부산엔 강한나'란 말이 나돌까. 익명을 요구한 연예계 인사는 "언론사가 주최하는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제에선 노출 논란이 드문데 유독 부산과 부천 영화제에서만 노출 논란이 많은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 여배우의 노출이 영화제 홍보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올해로 18회째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가 아닌 야한 드레스로 승부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