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위험한 열정
★★★(5개 만점)
두여자의 치명적 야망 다뤄
포장만 그럴듯한 히치콕
맥 애덤스 연기는 볼만

최근 활동이 뜸했던 섹시한 스릴러 전문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드레스드 투 킬)의 신작. 섹스와 피, 음모로 얼룩진 알록달록한 눈요기거리가 두드러진다. 포장은 고급이나 내용이 부실하다. 드 팔마는 히치콕 모방자인데 이 영화에서도 촬영과 음악 등 스릴러 장인의 작품 흉내를 내고 있다.

이 영화는 2010년 프랑스감독 알랭 코르노가 사망하기 직전 만든 기업 스릴러를 리메이크했다. 모든 면에서 원작이 훨씬 낫다. 드 팔마는 변태적인 섹스와 살인 그리고 배신과 탐욕, 복수 등 본능적이면서 흥미를 돋우는 요소들을 마구 반죽을 해 한 상 차려 놓았다. 하지만 짜릿짜릿하면서 멋있는 스릴러 맛이 나는 대신 영양가가 모자라는 죽을 쑨 셈이다.

세트 디자인과 의상 그리고 카메라 테크닉 등 외적인 것이 내적인 것을 압도한다. 대기업의 여자 간부와 그의 부하 여직원 간의 라이벌 의식을 다룬 영화로 싸구려 재미는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베를린의 거대한 광고회사의 고급 간부로 뉴요커인 크리스틴(레이첼 맥애덤스-원작에선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은 야심만만한 여자로 자기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사악한 여자다. 자신의 이런 사악함을 미모와 표면적인 친절과 섹시한 미소로 감춘다. 크리스틴의 직속 부하 직원인 미모의 이자벨(노미 라파스) 역시 야심에 가득찬 여자로 언젠가 크리스틴의 위치에 오르려고 기회만 노린다. 이자벨에게는 자기에게 충실한 여직원 다니(카롤린 헤르푸르드-원작에선 남자)가 있다. 이 세 명의 아름다운 여자들은 얄궂은 섹스로 연결된다.

사람 농락하는 데 남달리 뛰어난 재주가 있는 크리스틴은 이자벨을 이용하기 위해 둘은 회사 동료일 뿐 아니라 친구(그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사이) 지간이라며 이자벨을 격려한다. 서로 라이벌이지만 평화 공존을 맺던 둘의 관계는 크리스틴이 이자벨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가로채면서 찢어진다.

이때부터 이자벨의 크리스틴에 대한 복수극이 시작되면서 크리스틴 역시 이자벨의 역습에 대해 나름대로 치밀하게 반격작전을 짠다. 모욕과 조롱과 회유와 음모가 젊고 아름다운 두 여인 간에 소용돌이를 친다.

다소 포르노 맛이 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살인 장면. 카메라가 화면을 여러 개로 나누어 발레 장면과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 장면을 함께 보여 주는데 결론 부분은 다소 억지가 심하다.

볼만한 것은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연기 잘 하는 맥애덤스와 라파스의 모습과 치명적인 대결 의식. 둘 다 곱게 화장과 치장을 하고 겉으로 웃으면서 사람 잡는 모습이 마치 암표범들의 대결과도 같다. 드 팔마는 분명 재주는 있는 감독인데 스스로 그 재주를 너무 통속적으로 쓰고 있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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