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노리는 '빨간 영화'들… 흥행 신경 안써, IPTV 있으니까

‘아티스트 봉만대’
'전망좋은 집' 등 B급 에로…
고작 몇천 명 관객에도 '극장개봉작' 수식어로 IPTV서 수십억 수입
'…장미여관' '…봉만대' 등 줄줄이 개봉 대기

여름휴가와 방학이 겹치는 8월은 스크린 확보가 가장 치열한 성수기로 꼽힌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감시자들'을 시작으로 '미스터 고' '레드:더 레전드'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트' 등이 더 많은 상영관을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배급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이 전쟁 속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빨간 영화'들이 있다. 여배우들의 노출을 앞세운 야한 영화들이다. 마광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감독 신정균)와 에로 영화의 대가 봉만대 감독의 신작 '아티스트 봉만대'가 각각 14일과 29일 개봉된다.

두 영화 모두 각각 성은채 장성원 여민정과 곽현화 이파니 성은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수위 높은 소재를 채택해 은근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규모가 작고 배급력이 약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성수기에 상영관 확보는 사실상 무리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다. 이들 영화의 주요 타깃은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IPTV 시장의 진짜 공략 지점이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IPTV용으로 제작된 야한 영화들은 개봉과 동시에 '동시상영작' '극장개봉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IPTV에 등장한다. 극장에서는 인당 7,000~8,000원을 내야 볼 수 있지만 집에서는 1만원으로 모두가 볼 수 있다고 광고한다.

수익은 기대 이상이다. IPTV 상영만으로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거머쥘 수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대중의 은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노출에 초점을 맞춰 관객을 유혹한다. 과거 성황이었던 에로 영화 시장이 IPTV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노출을 앞세운 IPTV 영화의 극장 상영은 사실상 명목일 뿐이다. 지난해 곽현화의 첫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전망좋은 집'은 1개관에서 27회 상영돼 4,209명(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았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가슴을 반쯤 드러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오인혜가 과감한 노출을 선보인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역시 고작 6개관을 확보했고 508명 관객이 영화관에서 감상했다. 봉만대 감독이 지난해 선보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역시 9개관에서만 상영됐다. 극장상영은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 역시 생기는 법이다. 소위 말하는 'B급 에로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유독 엄숙주의를 강조하는 한국 시장에서는 대놓고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그런 장르의 영화를 찾고, 보기 원하는 관객이 존재한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IPTV 상영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낸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태생적으로 야한 영화를 표방하고 영화적 완성도가 낮다고 무조건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다. IPTV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과 관객 확보를 위해서는 '벗기기 경쟁'보다는 콘텐츠 자체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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