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성기 노출에도 '청소년 관람가' 왜?
영등위 "선정적 표현 아냐"
'노출=외설' 오랜 공식 깨

영화 ‘남영동 1985'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ㆍ제작 아우라픽쳐스).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개봉된 이 영화는 강도 높은 고문 장면과 주인공 박원상의 성기 노출신(scene) 때문에 편집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제작진은 편집 없이 관람 등급 심의를 신청했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매겼다. 당시 영등위는 "고문 장면에서 신체 노출이 선정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폭력성은 고문의 잔인함을 나타내는 요소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설적인 느낌의 노출이 아니라는 의미다.

개봉을 앞둔 영화 '더 임파서블'(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ㆍ수입 롯데엔터테인먼트)에도 노출 장면이 등장한다. 여주인공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나오미 왓츠의 가슴이 드러난다.

쓰나미가 닥친 후 가까스로 살아남은 나오미 왓츠의 옷이 엉망으로 찢어진 장면과 부상을 당한 그를 치료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린 후 옷을 잘라내는 장면에서 각각 한차례씩 가슴이 노출된다. 하지만 '더 임파서블'은 심의 결과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더 임파서블'의 관계자는 "해당 장면은 쓰나미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은 주인공의 상처입은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때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 임파서블’
한국 영화계는 노출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외국에서는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영화도 작품의 주제와는 큰 관련이 없는 노출 장면 때문에 국내 개봉되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되는가 하면 노출 수위가 높은 몇몇 영화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는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면 성인영화전용극장에서만 상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이런 영화관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중과 만날 길이 없는 셈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충무로가 노출에 유독 민감한 건 사실이다. 이는 한국의 정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출=외설'이란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행히 이런 정서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어서 영등위에서도 보다 열린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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