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김아중(31)이 폰섹스를 소재로 다룬 영화 '나의 PS파트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한창 잘 나가는 여배우에겐 타격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다분한 소재의 작품을 택한 이유가 뭔지 궁금했었다.

여주인공 윤정이 오래 사귀었지만 차츰 무심해져가는 애인을 위해 앙큼하고 발칙한 특별 이벤트를 마련하지만 한창 즐기고 난 상대방은 생판 모르는 남자였다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나의 PS 파트너'는 2012년을 살아가는 20~30대 남녀의 연애관을 발칙하지만 상쾌하게 풀어낸 시의 적절한 섹시코미디물이다.

특히 '미녀는 괴로워'로 661만 관객을 모아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렸던 김아중은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는 지성과 함께 19금 에로틱 코드가 듬뿍 발현된 이번 작품에서 특별한 노출 없이도 얼마나 섹시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를 충분히 과시하며 성인 남녀의 사랑은 무엇인지를 표현해냈다.

- 하의실종 패션이 꽤 자극적이다.

▲ 변성현 감독님 취향에 맞췄다고 할까. 여자들은 집에서도 항상 하의실종 패션일 거라 생각하더라. 여자들이 집에서는 길 거리표 트레이닝복 차림이라는 걸 모르더라.(웃음)

- 김아중표 '극세사 다리' 자체가 남자들을 유혹하는 것 같다.

▲ 제 친구들은 너무 말랐다고 살 좀 찌라며 혼을 낸다. 변 감독님이 카메라 자체에 남자들의 시선을 많이 담아주신 것 같다.

- 폰섹스 소재 영화라니 좀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는데.

▲ 소재에 눌리지 않는 발칙하고 솔직한 시선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가 뭐 20대 초반도 아니고 미국에서는 카메론 디아즈 같은 여배우들이 섹시 코드의 로맨틱 코미디를 멋지게 소화해내지 않나. 우리 영화 자체가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여자와 남자를 다룬 게 아니고 오래 만난 연인들의 권태로운 사랑이나 또 그걸 극복해가는 과정, 또 새로 시작하는 연인의 이야기 등 다양한 시선을 담은 게 좋았다. 또 매번 직업적 특색이 있는 역할을 주로 연기했기에 내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성을 연기해 보고 싶은 로망이 컸다. 폰섹스라는 소재가 야하게만 볼 수도 있지만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예전에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적도 있는데 한국에서 이런 소재가 어떻게 소화될지 궁금했다. 부담보다 궁금함이 더 컸다.

- '미녀는 괴로워' 이후 영화로 돌아오는데 6년이나 걸린 이유는.

▲ 정말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인연이 안됐다. 여러 시도는 있었는데 인연이 잘 닿지 않았고 이후 드라마로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다.

- 막상 폰섹스 장면을 연기할 때 쉽지는 않았을 텐데.

▲ 영화 전체가 섹시한 분위기로 가기 때문에 리딩할 때 정도나 쑥스러웠지 나중에는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일부러 현장에서 더 과감하게 장난도 치고 그랬다. 지나가다가 남자 스태프들 엉덩이도 툭툭 치고 과감하게 굴었다. 그래도 지성 오빠 엉덩이는 감히 못 치겠더라.(웃음)

- 그 장면에서 초보자 느낌이 난 것은 감독의 의지인가.

▲ 나는 좀 더 과감하고 더 섹시한 느낌을 내려고 했지만 변 감독님은 콘티가 정확하다. 나중에 영화 엔딩부에 서비스 컷처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식당신처럼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윤정과 현승의 과감한 폰섹스를 나누는 장면을 넣자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제작비 문제로 무산됐다.

- 포스터에서 지성과 취한 포즈도 꽤 자극적인데.

▲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저는 그냥 엄마들이 아가를 '어부바' 해주는 느낌으로 했다. 오히려 즐기며 촬영했다. 오히려 윤정이 애인 승준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장면들을 찍을 때 실제로도 외로워지고 마음이 힘들었다.

- 강경준이 김아중의 란제리신 때문에 멘붕이 왔다는 고백도 재미있더라.

▲ 란제리 장면은 오히려 제가 아이디어를 냈다. 코르셋 차림으로 남친에게 이벤트를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변 감독님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제가 낸 수많은 아이디어 중 가장 먼저 채택된 아이디어다. 촬영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 현장에서 내가 부끄러워하면 모두 힘들어지기 때문에 촬영을 쉴 때도 와이셔츠 한 장만 입고 다녔다. 그 현장에서는 강경준씨가 가장 힘들어했다. 내내 천장만 보더라.

-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 극 중 애인인 승준에게 사랑도 못 받고 현승(지성)은 내내 자기 여친 때문에 힘들어 하니 기댈 곳이 없잖나. '미녀는 괴로워' 때는 사랑을 듬뿍 받는 캐릭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유난히 외로웠다. 지성 선배나 강경준씨는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 타입이어서 촬영이 끝나도 함께 밥 먹고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었다. 또 내 출연 장면이 170신이 넘었고 로케 촬영이 많아서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

-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가는 팔과 다리를 유지할 수 있나.

▲ 살을 무작정 빼는 것보다 라인을 예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자기 체중을 이용한 맨손체조가 좋다. 보통 2kg의 아령과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피티를 한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는데 최근에는 운동이 줄었다. 보통 작품에 들어가기 한두 달 전부터 바짝 하는 편이다.

- 지성과의 베드신은 꽤 과감하면서도 예쁘게 연출됐는데.

▲ 지성 오빠가 긴장을 많이 하셨다. 베드신 자체보다는 각자 연인이 있는 두 남녀가 바람을 피우는 심리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더 고민했다. 생각보다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 연인을 두고 다른 이성에게 마음이 간 적이 있나.

▲ 바람을 피워 본 경험이나 반대 경우를 겪어 본 적은 없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시선이 끌렸던 적은 있다.

- 강경준이 발로 치맛속을 더듬는 장면은 꽤 코믹하던데.

▲ 그 장면에서 경준씨가 음흉하게 발을 올려놓으면서 섹시한 분위기를 풍겨야 하는데 마치 철없는 사촌 동생이 장난치듯 표현을 해서 NG가 여러 번 났었다. 그런데 강경준씨가 참 좋은 배우인 걸 발견한 게 보통 배우들이 나쁜 남자 캐릭터를 표현할 때 역할을 순화해서 표현하지 않으면 관객들에게 '나쁜' 이미지가 각인되게 된다. 그런데 경준씨는 그런 부분에서 전혀 방어를 하지 않고 역할에 몰입하더라. 하지만 강경준이라는 배우 자체의 어린 아이 같은 장난기나 말투 덕에 훨씬 매력 있는 승준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 지성의 근육도 장난이 아니던데.

▲ 저도 지성 선배 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며 준비하셨다.

- 황정민, 박신양 등 톱 배우들과 연기할 때 대등한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던데.

▲ 황정민 선배나 박신양 선배와 함께 호흡할 때 늘 '선배들의 연기를 헤치면 안되는데'라는 긴장감이 있다. 선배들과 연기할 때 좋은 점은 연기의 달인들과 함께 있으면 저 또한 연기를 잘 해 보이는 것으로 관객에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좋은 기회이고 훌륭한 에너지를 받고 또 인물에 접근하는 법에 대해서도 더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박신양 선배는 엄격한 면이 있으시지만 매순간 천재성이 넘친다. 감탄스럽고 존경스럽다. 만약 선배가 허락만 해주시면 꼭 다시 한 번 출연해보고 싶다. 황정민 선배는 늘 눈을 맞춰주고 함께 호흡하고 교류하려 해주신다. 내가 조금 못 따라가면 늘 몸소 보여주신다.

- 악성 루머 때문에 마음 고생한 순간들도 있을 텐데.

▲ 도회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들 때문에 많은 오해들이 생기는 것 같다. 속상할 때가 종종 있다. 저런 이미지들이 제 장점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김아중이라는 배우를 친숙하게 느끼지 못하고 루머나 오해 속에 가둬두는 효과를 낳기도 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제가 많은 작품들로 대중들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만 떼놓고 보면 저는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한 여자다.

- 지난해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화제가 됐는데.

▲ 배우로서 살다 보니 현장 이외에는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제 생활이 너무 편협한 게 아닌가 싶어서 새로운 사회를 만나고 싶었다. 머리도 환기시키고 스트레스 조절도 하고 싶어서 택했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다. '연예인이고 또 여자라서 설렁설렁하겠지'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3년 내내 평점 4.0울 받았고 논문도 열심히 썼다. 교수님들이 '졸업하려고 쓴 논문이 아니고 논문을 쓰려고 썼구나'하고 좋은 평가도 주셨다. 박사 도전까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 배우로서 목표는.

▲ 후배 연기자들이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여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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