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에서 3년 만에 연기 복귀
아, 내가 이런 곳에서 일했었구나…
인기보단 작품속에서 빛날 것

사진=윤관식기자 new@sphk.co.kr
불과 3년 전만 해도 주지훈은 충무로와 여의도가 동시에 열광하던 배우였다. 출연 섭외가 쇄도했고, 차세대 한류스타로 불릴 만큼 아시아권 인기도 대단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절치부심 후 다시금 날개를 펴려는 주지훈에게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었다. 여전히 따가운 시선도 있지만 의연히 견디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통감하며 '배우'라는 이름으로 다시 서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께서 '힘을 내라'고 말씀하셨어요. '내 인생에 힘든 날이 있을 때 당신의 작품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하셨죠. 마음씨 좋은 어르신께서 저를 위로해주려 하신 말씀이었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었어요."

3년의 공백을 가진 주지훈이 선택한 작품은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ㆍ제작 데이지엔터테인먼트). 극중 주지훈은 노비 덕칠과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충녕대군 등 1인 2역을 맡는다. 그 동안 귀공자 같고 스타일리시한 주지훈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코믹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속 모습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법하다.

"굳이 장르를 가리지는 않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의 기본 구조가 탄탄하고 상황이 억지스럽지 않게 흘러갔죠. 게다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시 카메라 앞에 서자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3년간 주지훈은 인기를 잃었지만, 군복무를 마쳤고 배우를 넘어 인간으로 성숙했으며 30대가 됐다.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내면은 더욱 영근 주지훈에게 촬영장은 단순한 일터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테스트 촬영을 갔을 때 카메라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내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었구나' 싶었죠.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시간이 흘렀어요. '그 사건'이 있기 전에는 (연기를) 잘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돼서 많이 힘들었죠. 그래서 더 주변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서야 제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 가죠."

주지훈은 '나는 왕이로소이다' 개봉에 맞춰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ㆍ연출 최영훈)을 시작한다. 그가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것은 2007년 '마왕'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그 동안 작품 수가 많지 않았던 주지훈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동시에 공략하며 보다 대중적인 배우로 한발 다가가기 위해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는 작품 수가 더 많아질 거예요. 세상을 살며 공감가는 게 많아졌거든요. (웃으며)나이를 먹으면 오지랖이 넓어진다고 하잖아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정진한다면 밥은 굶지 않을 것 같아요."

주지훈은 지금 다시 '스타'가 돼가는 과정에 서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한류스타로 훨훨 날았지만 지금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자신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요즘 주지훈은 자신을 스타이자 배우로 만들어줬던 '마왕'의 박찬홍 PD의 조언을 되새기고 있다.

"어느 날 감독님이 '별이 뭐냐'고 물으셨죠.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별이고, 남의 빛을 받으면 행성'이라며 '너는 별이 돼라'고 하셨어요. 스스로 빛을 내라는 의미였죠. 단순히 인기를 얻는 것을 넘어서 작품 속에서 빛날 수 있는 배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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