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김옥빈
그간 '센'역만 했잖아요… 코미디, 참 즐겁더라고요
듬직한 조언자 이범수, 유쾌한 '히피' 류승범… 좋은 선배들 만나 행운
공개연애요? 숨길 필요 있나요

배우 김옥빈의 필모그래피는 독특하다. 영화 '여고괴담'부터 '다세포 소녀''박쥐'까지 여느 여배우들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작품을 연거푸 소화했다. 그래서 코믹 요소가 강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감독 우선호ㆍ제작 씨네2000)을 차기작으로 선택했을 때 김옥빈이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설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저는 원래 코미디를 좋아해요. 제가 안 웃기니까 개그감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 즐거웠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제가 연기하는 동화는 시종일관 시크해요. 저도 웃기고 싶었지만 캐릭터의 성격 때문에 남들이 웃기는 동안에도 시크함을 유지했죠, 하하."

머리칼을 분홍색으로 염색하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동화의 모습은 김옥빈과 상당히 닮았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는 김옥빈이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 영화 속 동화는 김옥빈과 함께 살아 숨쉰다.

"제가 봐도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영화 촬영하는 동안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것조차도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안 어울리는 역할을 억지로 꾸밀 수는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동화에게 귀여운 구석도 꽤 많다고 생각해요."

예뻐 보이고 싶은 건 대다수 여성의 바람이다. 하물며 대중 앞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배우들은 항상 자신의 외모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김옥빈 역시 개성 강한 캐릭터보다는 보다 여성스러운 역할이 탐나지는 않을까?

"가만히 있어도 예쁘잖아요, 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저는 굳이 예쁜 역할이 예뻐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에게 어울리는 역을 맡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여성스러운 역할은 저보다 여성스러운 배우가 하면 좋죠. 저에게 어울리는 배역이 따로 있는데 굳이 다른 역할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찍으며 김옥빈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선배들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즐거움을 얻었다. 남자 주인공인 이범수와 류승범은 사뭇 다른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자신들의 방식대로 변주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범수 선배님은 항상 저를 이끌어주셨어요. 같이 붙어 있는 장면이 많은데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제게 항상 조언해주시고 집중력이 흐려질 때도 바로 잡아 주셨죠. 반면 류승범 선배님은 마치 히피같았죠. 같이 있으면 친해지고 싶고 좋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주변에 거리낄 것 없이 자신의 뚜렷한 가치관을 유지하는 것이 보기 좋았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김옥빈은 남자친구의 존재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록밴드 스키조의 멤버 허재훈과 열애 사실을 공개한 후 함께 무대에 오르는 등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모르게 할 필요는 없죠.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개 연애를 함으로써 더 편해진 것도 있죠. 다행히 주변에서 예쁘게 봐주시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생겼어요. 때문에 서로에게 고맙고 관계도 더 좋아졌죠."

머리칼을 숏커트로 짧게 자른 김옥빈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년처럼 보였다. '시체가 돌아왔다'를 찍는 동안 탈색을 거듭해 갈라지는 머리칼을 모두 잘라버렸다는 김옥빈은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즐거운 영화를 촬영하며 저 역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도 같은 기운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요? 편안한 마음으로 보시면 개운한 기분으로 극장문을 나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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