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과 '도가니'. 누가 더 벌엇나
'부러진화살' 관객수에선 졌지만 손익분기점 낮아 수익 ↑

▲ '도가니'-'부러진 화살'
영화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과 '도가니'(감독 황동혁). 두 작품 모두 실화를 소재로 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는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사실 '부러진 화살'과 '도가니'의 흥행은 단순히 관객수로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영화 관계자는 "두 작품은 모두 상업영화다"고 입을 모은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뜻이다. 적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다른 상업영화에 비해 적은 자본이 투입됐을 뿐, 독립영화로는 분류할 수 없다. 때문에 '부러진 화살'과 '도가니'의 상업적 가치를 비교해 보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전국관객 466만을 모은 '도가니'가 14일 현재까지 317만 관객을 모은 '부러진 화살'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도가니'의 누적 매출액은 355억 원인 반면 '부러진 화살'은 238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부러진 화살'이 아직 상영 중이지만 '범죄와의 전쟁'이 강세를 보이고 배우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하울링'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부러진 화살'의 최종 스코어가 '도가니'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절대적 수치가 아닌 상대적 수치를 따지자면 '부러진 화살'이 단연 한 수 위다. '부러진 화살'은 순 제작비 5억 원에 P&A 비용을 포함해 총 15억 원이 투입된 작품이다. 손익분기점인 전국 관객 50만 명은 개봉 나흘 만에 넘어섰다. 현재까지 약 16배의 수익을 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물론 이중 극장과 투자사에 돌아가는 수익을 제외하면 실제로 제작사가 손에 쥐는 돈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반면 '도가니'의 총 제작비는 45억 원이다. 순 제작비가 25억 원이었고, P&A 비용으로 20억 원이 들었다. 매출만 따지면 355억 원을 번 '도가니'는 약 8배의 수익을 낸 셈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도가니'는 '부러진 화살' 보다 약 3배 가량 비싼 영화였다. '부러진 화살'의 주연 배우인 안성기 박원상 등이 개런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싼 값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이들이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은 것을 감안하면 상영이 끝난 후 '부러진 화살'의 지출 폭은 '도가니'보다 클 것이다"고 말했다.

'부러진 화살'과 '도가니'는 충무로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었다. 한동안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빠져 덩치만 키우던 충무로가 '작지만 강한 영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손익분기점을 높이기보다는 밀도 높은 이야기로 내실을 기하며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지난해 개봉돼 흥행에 성공한 '완득이' '오싹한 연애' 등도 몸집을 줄인 알짜 영화였다. 이런 영화들의 잇따른 성공은 한때 충무로를 장악하던 '스케일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신호탄이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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