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를 찾아라!] 실화 다룬 '퍼펙트게임'의 허구
어… 역전홈런 때린 박만수? 기억 안나네
최동원·선동열 등 실명선수 틈에 '허구 인물' 슬쩍
최동원과 '대립각' 김용철, 실제로는 동기 아닌 선배

희대의 라이벌로 불린 고(故) 최동원 선수와 선동열 선수의 맞대결이 재현된다.

1980년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을 그린 영화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ㆍ제작 동아수출공사)은 시계 바늘을 24년 전으로 되돌렸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단순히 맞수의 경쟁이 아니라 각각 롯데와 해태로 대변되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대결, 연세대와 고려대의 대결 등 수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때문에 전 국민이 두 사람의 대결에 환호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역대 전적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던 두 사람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다시 만났고 연장 15회까지 4시간 56분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승부를 내지 못했고 그들의 전적에 '1무'를 더했다. '퍼펙트 게임'은 이렇듯 영화보다 영화같은 실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퍼펙트 게임' 속 이야기의 95%는 실화다. 최동원이 60명을 상대로 209개의 공을 던졌고, 선동열은 232개의 공으로 56명을 막았다. 김응룡 감독, 성기영 감독, 김인권, 한대화, 유두열, 장채근 등 당시 두 사람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뒹군 이들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각본'이 생겼다. 팬들이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감동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부분을 채우기 위해 박희곤 감독은 몇 가지 영화적 장치를 넣었다. 분명 허구가 가미됐지만 이 내용은 전체적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최동원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가 그라운드에서 최동원의 역동적인 투구 폼을 재현해냈다.
먼저 만년 벤치 신세인 해태 포수 박만수. 1:2로 뒤지던 9회말 기용돼 극적인 역전 홈런을 때리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 마음의 빚이 큰 인물이라 박만수의 홈런 한 방은 인생 역전처럼 통쾌하다. 하지만 박만수라는 인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롯데의 4번 타자 김용철은 번번이 최동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기로 나온다. 최동원의 그늘에 가려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마지막 순간 최동원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른다.

하지만 실제 김용철은 최동원과 동기가 아니라 1년 선배다. 부산상고 시절부터 롯데까지 10년 넘게 최동원과 한솥밥을 먹으며 가장 가까이서 최동원을 응원하고 지원해준 든든한 선배다. 김용철을 연기한 배우 조진웅은 "원래 부산 출신이라 롯데와 야구에 해박한 지식이 있어 연기하기가 쉬웠다. 최동원의 그늘에 잠긴 비운의 4번 타자를 코믹하면서도 진한 우정의 사나이로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이런 영화적 장치가 실제 이야기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객의 마음을 울리며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배우 조승우 양동근이 주연을 맡은 '퍼펙트 게임'은 21일 개봉된다.

영화 속 최동원의 라이벌 선동열로 분한 배우 양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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