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서 훈 역 맡아 탕웨이와 호흡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일 텐데 지친 기색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20대의 마지막에 누리는 절정의 인기를 덤덤하게 또 여유롭게 즐기는 느낌이랄까.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주원 앓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영화 '만추'로 인기 굳히기에 나선 현빈을 1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시가'의 종방 이후 곧바로 이어진 영화 '만추'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홍보 일정과 베를린 영화제 참석, 오는 3월 해병대 입대까지 물 샐 틈 없이 밀려드는 일정에 투정 한 번 부릴 법하지만 속이 단단히 들어찬 이 남자는 회심의 미소와 성의 넘치는 답변으로 한국아이닷컴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현빈이 '만추'에서 연기한 훈은 미국에서 부유한 여성들에게 사랑과 웃음을 파는 인물이다. 남편을 죽이고 감옥에 간 중국 여성 애나(탕웨이)와 우연히 마주 친 3일 간의 여정에서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만추'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장면으로 애나(탕웨이)와 모텔에서의 베드신과 식당에서 애나의 옛 남자와 결투하는 장면을 꼽은 그는 "힘들게 준비한 장면이기에 가장 기억이 난다. 김태용 감독님 방에서 탕웨이와 함께 모여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눈 후 그 장면을 실제로 리허설 했다. 극 초반에 친해지기 전 상태에서 스킨십이 있는 장면을 찍어야 해서 힘들었고 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연일 강행군으로 막상 해병대에 입대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우려를 전하자 해병대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군 관계자들이 '함께 생활할 군 동료들이 10살 아래일 거라 따라가기 힘들거다'라고 조언하셨다. 하지만 체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다"며 강인한 체력을 과시했다.

- 호스트 역을 맡기 쉽지 않았을 텐데.

▲ 호스트라는 단어가 미국과 국내의 차이가 있다. 그 곳에서는 잠자리를 전문으로 하는 게 아니다. 영화를 함께 보거나 파티에 가는 일일 남자친구의 의미가 더 크더라. 훈의 대사에도 나오듯 그런 점에 중점을 뒀다. 잠자리만 목표로 하는 인물이 아니다.

- 베드신 촬영 전 손동작 등 세세한 리허설을 했다던데.

▲ 스킨십 장면에서는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훈이는 잠자리만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2~3년 동안 그 일을 하면서 스킨십을 할 때 매우 유연할 거라 봤다. 그래서 리허설 할 당시부터 단추를 푼다거나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갈 때 앵글이나 각도 등을 다 신경 써서 했다.

- 상의 탈의신에서 '꺄' 소리가 나올 정도로 훌륭한 몸매를 과시했다.

▲ 특별히 준비 한 건 없다. 김태용 감독님은 영화에 나온 것 보다 더 호리호리한 훈이를 원했다. 이전작에서 근육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 단기간에 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로 달리기를 했다. 당시 시애틀에서 슈퍼볼이 인기이기에 매니저랑 같이 공을 들고 나가 미국 친구들과 공으로 운동도 했다.

- 엔딩신에 훈은 왔을까, 안왔을까.

▲ 개인적으로는 왔다고 생각했다. 아마 카페에 못 들어오고 밖에서 보고 있었겠지. 처음 애나를 만났을 때 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애나 앞에 못 나타난 것 같다.

- 탕웨이는 현빈의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에 놀랐다더라.

▲ 오히려 내가 배웠다. 서로 연기 방식이 많이 달랐다. 나는 리허설이나 리딩 때 100% 보여주지 않는다. 감정 몰입을 안 한다. 탕웨이는 그 때부터 준비를 하더라. 카메라만 가져오면 바로 촬영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탕웨이는 상대 배우의 감정에 자기의 감정을 모두 맞춘다. 모든 연기에 리액션을 하더라. 이런 점에서는 많은 걸 배웠다.

- 탕웨이와 함께 호흡한 소감은.

▲ 애나와 훈에 대해 낯선 사람들의 만남이기에 서먹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서먹한 상태에서 촬영한다면 그런 것이 더 잘 표현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엔 많이 친해지지 않으려 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탕웨이와 만나서 작업 하다 보니 처음 생각한 것이 잘 표현됐다. 점점 촬영할수록 서로 많이 편해졌다. 처음엔 리허설이나 리딩할 때 서로 감정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고 이해가 어려운 장면들이 있었는데 막상 촬영할 때는 서로 웃으며 찍었다.

- '시가'의 주원이나 '만추'의 훈처럼 여자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하나.

▲ 잘은 모르지만 '시크릿 가든'에서 여자 연기를 해보니 조금 알 것 같다. 하지원을 오래 지켜보면서 여자의 행동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남자들은 힘든 일이 있으면 무조건 결정 내리려고 한다. 반면 여자들은 함께 들어주고 얘기해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

- 폭발적인 인기를 몸으로 느끼나.

▲ 드라마 촬영 때는 몰랐다. 얼마 전 사인회에 가서야 몸소 느꼈다. 내가 주위에서 들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요즘은 광고 촬영장에도 많은 분들이 응원 오신다.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 식당신과 모텔신이다. 힘들게 준비했기에 기억이 많이 난다. 모텔신은 감독님 방에서 탕웨이와 와인을 마시며 일일이 리허설을 했다. 극 초반에 찍었던 분량이라 별로 가깝지 않아서 더 힘들었다. 촬영에 적응 안된 채 스킨십 장면을 찍어서 힘들면서도 애착이 간다.

- 김갑수, 박중훈 등 선배 연기자들이 "예의 바르다"며 칭찬을 했는데.

▲ 김갑수 선배님께는 가끔씩 전화도 드리고 공연도 보러 가곤 한다. 마침 군 입대도 앞뒀고 명절이기도 해서 고마운 분들께 전화를 드렸다.

- 베를린영화제 수상을 기대하나.

▲ 처음 가는 국제영화제이다. 그냥 즐기고 싶다. 두 영화로 베를린에 가게 된 자체가 내게 큰 행운이고 의미이다. 수상은 기대 자체를 안 한다. 가서 맷 데이먼은 한 번 만나보고 싶다.

- 탕웨이가 현빈은 3일 안에 사랑에 빠질 남자는 아니라고 했는데.

▲ 내가 왜 처음에 탕웨이에게 친하게 안 해줬을까 싶다.(웃음) 첫 눈에 반할 수는 있지만 사랑에 빠지지는 못할 것 같다. 탕웨이가 잘 봤다.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 원래 작품이 끝나면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가서 무조건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선탠도 하고 책도 읽고 잠도 자고 맥주도 마신다. 이번에는 그럴 수 없다. 이번 베를린 행이 일이자 또 여행이 될 것 같다.

- '시가'이후 잠시 아픈 적도 있는데 해병대에서 훈련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 면접 때 관계자께서 '대부분 동료들이 10살 아래다. 아마 훈련이 힘들 거다'라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체력은 자신 있다. 물론 닥쳐봐야 잘못된 생각일지 혹은 충분히 건장하다고 느낄지 알겠지만 지금으로는 자신감이 있다.

- 해병대에 합격 하고 나서 후회한 적은 없나.

▲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다. 들어가서는 후회할지 어떨지 모르겠다.(웃음)

- '만추'에 나를 거부한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차여 본 경험은.

▲ 음….

- 김흥국, 이정 등 해병대 사단이 부른다면.

▲ 부르시면 가야겠죠. 해병대가 기강이나 이런 것들이 강하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다. 해병대와 대학교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연극을 할 때나 대학교 때도 기수나 이런 곳의 기강이 강하다. 상황에 따라 그 때 그 때 잘 대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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