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 헤어' 직접 제안… 선과 악 넘어선 초인연기 후회없어

"바깥으로 나가서 찍을까요?" "네!"

"잠시 누워보시겠어요?" "이렇게요?"

강동원은 2003년 MBC 드라마 로 모델에서 배우로 막 걸음마를 뗐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제법 쌀쌀맞은 바람이 날카롭게 몸을 파고드는 날에도 그는 사진기자의 주문에 척척 응했다.

어눌한 듯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도 그대로다. 일본에서 직접 구매했다는 검은색 재킷은 강동원의 가녀리고 길쭉한 몸매를 풍성하게 감쌌다. "재킷, 괜찮아요? 생각보다 비싸게 주진 않았어요"라고 말할 때는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남자' 강동원은 변함이 없다. '배우' 강동원은 일취월장했다. 아니,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를 거치며 '최연소 1,000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영평상에서 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포츠한국이 메이저 영화투자배급사를 상대로 벌인 설문에서는 차세대를 이끌 남자배우 1위에 꼽혔다.

"사실 남우주연상을 받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송강호 선배님께서 축하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제가 받을 상이 아니라고 말씀 드렸더니, '무슨 겸손의 말씀!'이라고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강동원에게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명문화된 원칙이라기 보다는 마음 속으로 염두에 둔다는 쪽이 가까울 것이다. 매 작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이다.

"항상 마지막 작품이 제일 나아요. 첫번째 작품은 죽을 때까지 안 볼 것 같아요"라고 눙치는 것도 그런 이유다. 10일 개봉되는 영화 (감독 김민석ㆍ제작 영화사 집)에서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초인을 연기하고 나니 바로 앞에 연기한 의 에서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는 촬영 당시 초고를 접하고 출연을 약속했다. 1년6개월여 전부터 이야기를 했던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 없던 캐릭터라는 데 마음을 빼앗겼다. 신인감독이지만 시나리오가 완벽하다고 느꼈다. 베이비펌을 부스스하게 연출한 헤어스타일을 직접 제안할 정도로 애정이 컸다.

"원래 초인은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렇게 되면 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일 수 있다고, 감독님께 헤어스타일을 바꿔보자고 말씀 드렸어요. 다행히 감독님도 좋다고 하셨죠. 퍼머를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촬영 중 DVD 코멘터리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장훈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진짜 초능력자 같다'고 하셨죠. 송 선배님은 에서 자신이 했던 호일 퍼머랑 비슷하다고 하시던데요, 하하."

눈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초인의 연기는 자칫하면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였다. 조종만 하면 되니 규남(고수)처럼 뛰어다닐 일도 없다.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강동원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표현력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또 성장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클로즈업이 많은 역할을 경험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냈다고 할까요. 덕분인지 신나고 재미있게 했어요. 다 발산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거의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네요. (경상도 억양으로) '깨운'해요."

강동원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앞두고 있다. 최근 쏟아지는 무섭지 않냐, 아깝지 않냐, 무엇을 채워 오겠냐는 질문 공세가 의아하다.

"저는, 뭐, 별 생각 없어요. 도 2년 걸렸잖아요, 하하. 다녀와서 작품 또 찍으면 되고요. 30대에는 한국 영화 시장을 넓히도록 열심히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요즘 하죠. 아시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제작비가 높은 영화를 찍을 수 있겠구나, 라고요. 자연인 강동원이요? 지금이랑 똑같겠죠, 뭐. 제가 어디 가겠어요?"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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