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MBC 예능 프로그램 의 '무릎팍도사'. '63세 여배우의 이야기에 누가 귀 기울일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44년을 배우로 살아온 윤여정의 내공은 대단했다. 톱MC를 쥐락펴락하는 그의 입담은 단순히 편집의 힘이 아니었다. 영화 (감독 임상수ㆍ제작 미로비젼)의 개봉을 앞두고 열린 인터뷰 자리에서 마주한 윤여정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즐겁고, 그리고 매서웠다.

故 김기영 감독이 대신 보내신듯
▲로 칸 국제영화제 가게 된 심정은 어떤가.

=과거에는 칸 국제영화제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가는 건 생각도 못했다. 일본 영화 이 간다고 하길래 '일본은 우리보다 낫구나' 열등의식이 들기도 했다. 고 김기영 감독(원작 의 감독)이 좀 늦게 태어났으면 그 분이 가셨을텐데… 나를 대신 보내주는 것 같다.

▲영화제에서 입을 드레스는 정했나.

=기대할 것 없다. 젊은 배우들은 드레스 협찬이 많지만 늙으니 하나도 없다. 내가 어떤 드레스를 입고 나가면 그 드레스를 사갔던 젊은 사람이 반품할 거다.

전혀 다른역 자연스럽게 차별화
▲원작 에 이어 리메이크작 에도 출연한 소감은 어떤가.

=과거에는 내가 젊은 하녀고 지금은 늙은 하녀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내가 굳이 차별화 할 것도 없이 차별화가 됐다.

불평 없이 역할 스펀지처럼 흡수
▲전도연이 원작 에서 윤여정이 맡은 역을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어땠나.

=너무 완벽하게 했다. 그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내가 김기영 감독님이랑 할 때는 막 툴툴거렸는데, 전도연은 임상수 감독의 디렉션을 스펀지같이 흡수하더라. 나는 과거를 후회하면서 임상수 감독에게 정말 잘해줬다.(웃음)

스태프 50명 앞에서… 민망했죠
▲극중 노출 장면이 눈에 띈다.

=웃겼다. 늙은 여자 옷을 벗기고. 도연이 옷 벗을 때는 다 나가라고 했는데 내가 벗을 때는 스태프 40~50명이 있었다. 민망해서 물 속에서 나오지 못하다 (몸이) 불었다. 그래도 김기영 감독만 생각하면서 참았다.

▲전도연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꽤 아팠을 것 같다.

=그 얘기는 하지도 말라.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대사까지 씹었다. 진짜 때려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세게 때릴 줄 몰랐다. 나중에 '도연이가 주먹으로 쳤냐'고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남자 주인공인 남궁원과 이정재를 비교해 달라.

=아주 멋있고 잘생겼다. 당시 그레고리 펙보다 멋졌다. 이정재는 미남형은 아니지만 옷을 잘 입고 세련됐다. 상스러운 연기와 지적인 연기 모두 잘 한다. 이정재가 를 한다고 했을 때 '이제 배우가 되겠구나' 싶었다.

▲요즘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요즘 죽어가고 있다. 강행군을 시작하면 먹지를 못한다. 잠도 못 잔다. 수면제를 먹고 자도 불안해서 깬다. 지금 큰 일 저지른 것 같다. 칸 가는 비행기에서 쓰러지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가는 날까지 드라마를 찍고 가야 한다.

국민배우보다 그냥 시민으로 살것
▲목표는 무엇인가.

=요즘 사람들이 '국민 OO'라는 말을 너무 자주 쓴다. '국민 배우'는 '인민 배우'가 떠올라 싫다. 난 그냥 시민으로 살 거다. 난 현실주의자라 꿈이 별로 없다. 사실 이룰 수 있는 건 이미 꿈이 아니지 않는가. 그냥 칸에나 무사히 갔다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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