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린보이'서 마약 운반책 천수 역

배우 김강우(31)가 변했다.

영화 '식객', '야수와 미녀'를 통해 장모님들이 좋아하는 성실하고 듬직한 예비 사윗감 이미지를 선보였던 그가 '마린보이'(감독 윤종석, 제작 리얼라이즈 픽쳐스)를 통해 팔딱팔딱 뛰는 젊음의 이미지를 추가했다.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포스터에서 선명하게 왕자가 새겨진 복근과 기름기 쏙 빠진 매끈한 등 라인을 선보여 송승헌, 권상우를 잇는 몸짱 연예인의 대열에도 성큼 올랐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김강우의 변화는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이지만 한 순간의 도박으로 마약을 몸 속에 숨겨 바다를 헤엄쳐 운반해야 하는 마린보이 천수로 살기 위한 7개월여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촬영 전 3개월부터 수영과 다이빙 훈련을 받았어요. 이전에 수영을 전혀 못하는 상태였으니 잘 기지도 못하는 아기가 3개월 안에 100m 전력 질주를 연마한 것과 같았죠. 6시에 기상해 2시간 유산소 운동하고 조깅하고 자전거를 타서 지방을 쏙 빼고 3~4시간 동안 수영을 해요. 그리고 나서 잠수를 2시간 배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2시간하는 스케줄을 3개월 넘게 소화했어요. 촬영 들어가서는 매니저가 장을 봐오면 매일 닭 가슴살과 고구마를 삶아서 아이스 팩에 넣어 다녀요. 스태프들이 밥 차에서 먹는 밥이 얼마나 먹고 싶다고요. 하지만 그 유혹을 견디기 위해 차로 한 참을 떨어진 곳에 가서 혼자서 라디오 들으며 제 도시락을 먹었죠. 그렇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도 만들어지던걸요."

극 중 천수는 김강우가 그동안 소화한 역할과 결이 다르다. 다이버들의 천국인 팔라우에 가서 배 한 척 사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꿀 만큼 낭만적인가 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마약 보스 강 사장(조재현)의 애인 유리(박시연)와 사랑을 나눌 만큼 무모한 면도 있다.

영화의 외형이 위험한 스릴러물로 포장돼 있기는 하지만 김강우가 연기한 천수의 유쾌함 덕분에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11'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제 원래 성격이 많이 담겼어요. 진지하고 과묵한 쪽으로 보시지만 장난도 잘 치고 수다도 잘 떨거든요. 감독님도 천수에 대해 밝고 경쾌한 색채를 많이 주문하셨고요. 천수는 어떤 순간에도 진지하지 않고 쿨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연기했어요. 특히 엔딩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행동을 하는 부분은 100% 제 애드리브입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내내 고민한 장면인데 결국 고민은 현장에서 풀었어요."

영화 전체 분량의 20% 이상 바다가 등장하는데다 대다수 바다 속 장면에서 프로 다이버들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수영 실력을 보여야 해 지독한 잠수 훈련을 거쳤다.

그는 "사실 스킨다이빙은 공기통을 매고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허파에 들어 있는 공기를 모두 빼고 물 속에 들어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처음엔 30초도 못 버텼지만 나중엔 2분도 넘게 버텼다. 그래야 다양한 촬영 장면을 얻을 수 있으니까. 나중에 강사 분이 자격증을 업그레이드 해주며 다른 데 가서 강사로 뛰어도 된다더라"고 말했다.

출연 분량의 80%이상을 잠수복 단 한 벌로 버텼다. 배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로 그의 몸에 꼭 맞게 특수 제작된 잠수복 덕에 남모를 아픔도 있었다.

"잠수복 재질이 고무였어요. 배트맨 같은 영화에서는 실리콘을 넣어서 근육도 의상 안에 넣어 준다는데 우리 여건에서 그건 어려웠죠. 입고 벗기가 너무 힘들었고 무엇보다 통풍이 안되는 게 가장 고충이었어요. 속옷도 의상팀이 어딘가에서 공수해 온 T팬티 스타일의 발레리노 전용 속옷 한 벌로 버텼는데 꼭 끼는 잠수복 안에 속옷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충이에요. 어릴 때도 없었던 땀띠가 다 나더라고요. 나중엔 잠수복만 입고 있어도 체중이 쭉쭉 내려갔어요. 속옷과 잠수복이 단 한 벌 밖에 없어서 의상팀이 매일 빨고 말리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상대역 박시연과 함께 한 베드신은 노출 강도보다 첫 만남에서도 불꽃이 튀는 젊은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특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뒀다. 재촬영까지 해가며 농염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15세 관람가를 고려해 다수 분량이 편집됐다.

"엘리베이터 키스신만 해도 4시간 이상을 촬영했어요. 까치발로 서는 것부터 시작해 굉장히 다양한 포지션을 취했죠. 특히 카메라가 건물 밖에서 촬영하는 장면이어서 멋진 그림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대기하고 있다가 슛 사인만 떨어지면 이러저러한 포즈로 계속 키스를 해야 하니 나중엔 진이 빠질 대로 빠지더군요."

중견 연기자 조재현, 이원종, 조광록과의 호흡은 그가 이 영화에서 건진 가장 큰 수확. 김강우는 연기파 선배들과의 호흡에 대해 "나 같이 하찮은 놈이 타이틀 롤을 맡은 영화에 최선을 다 해 연기해주신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 연기와 인생에 대해 상의할 수 있는 형님들을 얻은 게 개인적으로 큰 득인 것 같다"고 전했다.

'마린보이'에서 선보인 섹시미에 점수를 매겨 달라고 하자 "아직은 설익었다. 섹시하다는 것이 몸으로만 보이는 것은 아니지 않나. 30대 중반 혹은 40대에 들어선 후에 섹시한 매력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점수를 대라면 100점 만점에 75점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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