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영화 '4요일' 정운택
자살자들의 이야기 담은 공포스릴러
'살아야하는 이유' 말하고 싶었어요

배우 정운택은 오전 이른 시각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은 정운택은 "제가 아침에 늦잠을 잔 탓"이라며 연신 미안함을 표시했다.

영화 (감독 서민영ㆍ제작 재하엔터테인먼트)의 개봉을 앞둔 정운택은 잠을 쪼개가며 빡빡한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룻동안 이미 6개의 인터뷰가 예정된 상황에서 홍보사를 졸라 오전 일찍 인터뷰 일정을 하나 늘렸을 정도다. 주연 배우로서 영화에 대해 갖는 애착이다.

# "모두가 나의 출연을 반대했다."

은 자살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공포 스릴러다. 정운택이 맡은 역은 우울증과 불면증에 걸린 비관론자 강준희. 평소 코믹 배우의 이미지가 강한 정운택의 캐스팅을 두고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정운택은 제작진을 1대1로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제가 먼저 시나리오를 구해 읽은 후 출연 의지를 밝혔어요. 출연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 '오디션이라도 봅시다'며 구애했죠.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술을 마시면서 제가 왜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설명했어요. 모든 반대 의견을 부러뜨리는 작업이었죠."

정운택은 스태프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촬영 중 철저하게 강준희로 살았다. 강준희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들었고 정운택스러운 농담 한번 쉽게 던지지 않았다. 예민해진 터라 하루 2시간 정도밖에 잠을 청할 수 없었다.

"100일간 촬영했는데 그 중 특별한 일이 있었던 2주 정도만 '정운택'으로 돌아왔던 것 같아요. 촬영 전 공포 체험을 위해 시골 외딴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잠을 자기도 했어요. 힘들 때마다 저를 믿어준 70명의 스태프를 떠올렸죠. 전쟁하듯이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가요."

#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

은 자살하려던 사람들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자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준다. 죽고 싶은 인간의 모습과 살고자 하는 인간 군상을 적절히 표현하는 게 영화의 관건이다.

"자살 충동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는 정운택은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집중했다.

"성인이 된 후 15년 동안 삶의 고저(高低)가 있었죠. 당연히 자살에 대한 생각이나 충동도 있었고요. 두 달 전, 정준호씨와 영화 를 촬영하던 도중 최진실씨의 자살 소식을 듣고 2시간 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어요.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 영화를 택한 이유도 오히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전달하기 위함이에요."

정운택은 지난 2001년 영화 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영화 시리즈와 등에 출연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하지만 정운택을 알린 코믹한 이미지는 그가 뛰어 넘어야 하는 또 다른 벽이 됐다.

"인간 안에는 희로애락이 들어 있어요. 맡는 역할에 따라 제가 겪은 희로애락 중 하나를 끄집어 내서 연기하죠. 의 경우 제 주변에 영화 속 캐릭터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잘 표현했을 뿐'이지, 그런 연기가 제가 '가장 잘하는' 연기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부터 또 다른 배우 정운택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숙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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