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서 최고 기생 설지 역
마치 인간 붓이 된 듯 버선발에 먹을 칠하고 유혹의 교방무를 추며 방 안 가득 펼쳐진 백색 한 지에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냈다. 조선 최고 기생 설지로 분한 김옥빈의 교태 넘치는 눈 빛과 정과 동을 오가는 화려한 춤사위에 천둥 역의 이정재와 만득 역의 김석훈이 침을 흘리며 넋을 잃는 것은 당연지사.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 제작 싸이더스 FNH·배우마을)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첫 선을 보였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조선 경종 말기 한양 최고의 기방 명월향의 기생 설지를 둘러싸고 동네 건달 천둥과 명월향의 주인 만득이 한 판 진검승부를 겨루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정재는 동네 건달에서 하루아침에 조선 주먹계의 대부 짝귀를 쓰러뜨려 양주파의 두목 자리에 오르는 천둥 역을, 김석훈은 야봉파의 두목이자 양반의 권력까지 욕심을 내는 야심가 만득 역을 맡았고 김옥빈은 날아가는 새도 침 흘리게 한다는 최고의 미모를 지닌 설지 역을 연기했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여균동은 '비단구두'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1724 기방난동사건'을 통해 녹슬지 않은 연출력을 과시했다.조선시대에도 현재의 조폭과 같은 세력들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는 동네 건달이지만 우연한 사고로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이 되는 천둥과 노비에서 시작해 전국의 조직을 평정하려는 야심을 품은 만득, 우연한 사고로 천둥을 형님으로 모시게 된 양주파의 충실한 2인자 칠갑(이원종), 색으로 조선을 평정하겠다는 욕심을 내는 설지 등 매력적인 캐릭터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와 '원티드'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카메라 워킹과 컴퓨터 그래픽 등을 통해 웰메이드 시대극으로 거듭났다.
김옥빈은 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설지는 매우 내공이 센 인물이다. 조선 최고의 기생인 설지의 강한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시종일관 고어체를 고수했다. 기생 역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해금과 교방무를 배웠다"며 "시나리오에서는 해금을 켜며 이정재 선배와 김석훈 선배 사이에서 눈빛을 오가며 유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독특한 춤 아이디어가 나와 영화와 같은 장면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은 오는 12월 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