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남장했던 여성성… 힘겨루기 끝에… 다부제로 회귀?… 그리고..

▲ 영화 '미인도'
"아마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기생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라도 글을 써야 했다면 말야."(35세ㆍ작가)

"그럴 것 같아. 오늘날이라면 문화계에 종사할 재능 있는 여성들이 그 시절에는 일할 수가 없었잖아?"(36세ㆍ영화 마케터)

최근 극장에 걸린 (감독 정윤수ㆍ제작 주피터필름)는 결혼한 아내가 또 다른 남성과 결혼을 한다는 설정 덕분에 논란 속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 (감독 류장하ㆍ제작 렛츠필름, 엠엔에프씨, 청어람)에는 연상녀 연하남이 등장하고, (감독 전윤수ㆍ제작 이룸영화사)는 조선시대의 신윤복이라는 화가가 억압받은 여성이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에 기대 여성의 해방을 꿈꾼다.

사법고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이 1995년 8.8%에서 2007년 35%로 4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 수치만 보더라도 여성의 해방은 말과 글을 벗어나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여성성의 변화로 인해 사랑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 영화 '순정만화'
'미인도'- 여성이 붓 못들었던 시대, 신윤복의 선택

▲ 여성의 지위 향상은 겨우 100년 역사

17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의 어린 신윤복(김민선)은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오빠 대신 그림을 그려주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날까 두려워한 오빠는 목을 매 자살을 한다.

신윤복은 "대를 끊어놨다"고 아버지에게 혼이 나 가문을 위해 남장한 채 화가가 된다. 발각되면 왕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징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욕망이 그만큼 컸다. 기녀 설화(추자현) 역시 마찬가지. 양반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며 해석할 수 있는 눈이 있었고, 가야금 연주를 하는 재주가 있었다.

오늘날의 눈으로 볼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여성이 붓을 들 수 없었다. 당시의 억압 받은 여성을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이유다. 전라로 화제를 모은 신윤복의 베드신 역시 여성성을 얻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 같은 억압의 역사는 비단 우리의 일만이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는 영국 또한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것이 20세기 들어서다. 불과 100여년도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중문화도 여성에 대해 관대하지 않았다. 1990년대 영화 의 주인공 박선영이 커피 타기와 복사 심부름에 지쳐 여직원이 아닌 남성 직원이 되기로 결심하고 남성 행세를 한 이유도 세상에 대한 도전 때문이었다.

'순정만화'- 상처받은 여인, 7세 연하남과 '알콩달콩'

▲ 남녀관계 역전 현상?

최근 등장한 여성 주도적 사랑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오르고 목소리가 커진 것과 관계가 크다. 물론 여성의 억압이 심했던 것은 조선시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국시대의 신라의 왕실과 귀족사회에는 다부제 풍습이 있었다. 왕실에서는 사가에 지아비를 따로 둘 수 있었고, 유부남과 잠자리를 하거나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모계 중심 사회였던 것이다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경제력이 생기면서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늘어난 건 새로운 풍속도다. '연상녀 연하남' 커플은 19세기 초 프랑스에 살던 청년 드메가 연상의 여성에게만 사랑을 느끼고 고백했다는 일화에서 '드메 신드롬'으로 표현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0년전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결혼 비율은 10% 미만이었지만 2007년 13.0%에 달했다. 이 수치는 전년도인 2006년에 비해 0.2%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 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27일 개봉을 앞둔 에서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스물아홉살 하경(채정안)과 7세 연하 공익근무요원 강숙(강인)의 연애담이 그려진다.

'아내가…'- 여성 주도적 사랑, 드디어 '두 남편' 얻다

▲ 모계 사회로의 회귀?

'연상녀 연하남' 정도는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영화 는 이중결혼이라는 획기적인 소재를 다뤘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다자간 비독점적 연애를 뜻하는 '폴리아모리'를 주장하는 주인아(손예진)는 남편 덕훈(김주혁)과 또 다른 남편 재경(주상욱)과 함께 살아간다. 심지어 아기까지 세 사람이 함께 기른다는 설정 때문에 영화를 관람한 부부 관객이 의견 다툼을 일으킬 정도로 파격적이다.

여성들이 영화에서 통쾌함을 느끼는 장면이 하나 있다. 덕훈이 재경과 한바탕 몸싸움을 벌인 뒤 "첩년의 머리채를 뜯은 기분이었다"고 내레이션을 하는 장면이다. 반대의 경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다뤄졌다. 드라마 에서 남성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여성이 다툼을 벌이는 설정을 떠올리는 건 쉬운 일이다.

남녀관계의 역전 현상은 무엇보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에 기인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직업 또한 전문화되는 게 요즘 분위기다. 이 같은 여성의 독립은 남녀 간의 '권력 관계'에 변화를 주면서 사랑하는 과정에도 힘겨루기로 적용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경제력과 권력까지 쥔 여성들은 아예 남녀 관계의 역전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성이라고 이 같은 변화를 반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참여가 곧 경제 현장에서 고달픈 하루를 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육아 문제에 대한 해결이 없는 '여성의 자유'는 공허하다.

자칫하면 여성의 자유를 보장해준다는 미명 하에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다 진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