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영화 '미인도' 추자현
'기녀 설화'로 변신 파격노출… 작품성 위해 당당히 벗었죠
스태프들로부터 사랑 듬뿍… 함께 일하고픈 배우될래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지." "잘 되어야 하는 배우야."

배우 추자현을 만나기 전,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모두 칭찬이었다. 궁금했다. 마주 앉은 그에게서 첫 눈에 보인 것은 새하얀 피부. 서른살의 여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맑았다. 둘째로 눈길을 끈 것은 눈. 강한 기(氣)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지난 2006년 영화 (감독 최호ㆍ제작 MK픽쳐스)에서 마약 흡입과 베드신 등 과감한 연기를 소화해 낸 데 이어 13일 개봉 예정인 영화 (감독 전윤수ㆍ제작 이룸영화사)에서 기녀 설화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추자현은 노출 앞에도 당당했다. 자신의 연기력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만한 열정과 열심과 따뜻함을 가진 배우였다. 바야흐로 '추자현의 재발견'이었다.

# 열정적인 추자현

추자현은 에서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김영호)를 사랑하는 기녀 설화를 맡았다. 김홍도 역시 신윤복(김민선)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기 전, 한 때 설화에게 마음을 주기도 했었다. 추자현은 설화를 맡아 김홍도와의 베드신을 펼쳐 '두번째 노출'로 관심을 모았다.

추자현은 어려서부터 수청을 들도록 교육을 받은 조선시대 기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여자의 삶을 포기한 동시에 여성성을 한껏 발휘해야 하는 직업이다.

"베드신에 대한 부담이요? 촬영에 몰입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요. 액션이 뭐에요? 연기죠! 베드신도 연기에요.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하다 보니 베드신이 필요한 것이고, 찍게 되는 거죠. 설화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요?"

추자현은 노출 연기에만 관심이 모아질까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었다.

추자현은 "자랑일까요? 그렇다면, 자랑을 할게요. 철저히 저를 배우로 보시도록 하는 것은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외설이 아닌 예술로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믿고 과감히 연기를 하는 거죠"라고 분명히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솔직히 밝히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 따뜻한 추자현

추자현에게 정말 힘든 것은 촬영이 끝난 뒤의 공허함이라고 했다. 이런 심정을 털어놓을 때의 추자현은 맑은 피부처럼 투명해 보였다. 손을 살짝 가져다 대도 부서질, 얇은 유리막처럼 보였다.

" 끝나고 디렉터스컷 시상식 때 박해일 선배님이 저한테 딱 한마디 하셨어요. 처음 뵌 자리였는데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빠져나오셨어요?'라고. '아, 나를 알아주는구나' 싶었어요. '잘했다' '예쁘다'는 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몰입하는 만큼 빠져나오기도 힘든 법. 추자현은 설화를 알아갈 때는 매우 설??? 설화를 자신에게서 빼 내야 할 때는 그야말로 고통이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영혼이 빠져나간 듯 공허했다. 아무 일 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했고, 잠도 오지 않았다.


추자현이 함께 일하는 스태프를 귀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족도 정확히 알아채지 못하는 배우의 고통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배우와 스태프로 나누기 보다는 똑 같은 '영화인'이라는 마음으로 바라볼 때 모두 선배로 대하게 된다.

"제 꿈이 스태프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에요. 관객의 사랑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 전에 1차원적으로 저의 파트너들이 저와 함께 하고 싶어하길 원해요. 조명기사님이 제 얼굴에 조명을 비출 때 기뻐하고, 촬영기사님이 저의 눈떨림 하나를 잡아낼 때 흐뭇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추자현의 고백에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대하는지, 어떤 자세로 스태프와 일하는지 알 것 같았다. 영화 관계자들이 그에게 아낌없는 칭송을 보내는 이유도 저절로 설명이 되었다.

"배우가 마음대로 굴어서 외로워 진다면? 공감대를 형성하는 연기를 과연 할 수 있을까요. 배우가 슬퍼 보이는 연기를 한다고 해서 과연 관객도 슬픔을 느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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