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영화 '울학교이티' 백성현
코믹한 영화지만 학생들은 코믹하지 않아
벌써 데뷔 14년, 존경받는 배우되고 싶어요

'A형은 소심하고 빈틈이 없다? 알고 보면 재미있다. 자기 얘기에 자기가 신이 난다.'

< A형 자기 설명서 >(Jamais Jamais 저ㆍ지식여행 출간)의 한 구절이다. 배우 백성현을 만나기 전, 그의 혈액형에 대한 사전 지식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런 스타일일 것만 같았다.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지만 알고 보면 재기발랄한, 그러나 그런 모습을 아무에게나 보여주지는 않는.

백성현은 그랬다. 온화한 녹색빛의 티셔츠에 회색빛 재킷을 단정하게 매치한 옷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옷차림에 어울리는 정중한 말투로 "백, 성, 현 입니다"고 또박또박 인사를 건넸다.

영화 (감독 박광춘ㆍ제작 커리지필름)에서 정구 역을 맡은 그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분석을 곁들여 적확히 표현해 냈다. 교회 교사로 아이들과 어울리는 이야기를 묻자 눈을 반달로 만들며 행복해했다. 그는 A형이었다.

백성현은 다섯살이던 1994년 영화 로 데뷔했다. 무려 데뷔 14년차다. MBC 에서 이서진의 아역, SBS 과 KBS 1TV 을 거쳐 최근 MBC 시트콤 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활약해 왔다.

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학교의 전설적 문제아 정구. 사립명문고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로, 학교를 뛰쳐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다 천성근(김수로)의 설득으로 복싱을 시작하는 친구다.

"영화가 코믹이긴 하지만 사실 학생들은 코믹하지는 않아요. 천성근 선생님의 드라마가 있고, 각 학생의 드라마가 따로 있죠. 천성근 선생님이 학생의 연결고리가 되요.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담겼다고나 할까요.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닌, 입시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선생과 학생의 현실을 빗댄 부분도 있고요."

백성현의 일목요연한 설명은 머릿 속에 캐릭터 간 관계도가 그림처럼 떠오를 만큼 적확했다. 그는 하루는 관객 입장에서 대본을 읽어보고, 하루는 분석을 하면서 읽어보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수차례 대본을 본다고 했다. 많은 말로 자신을 포장하지는 않지만 작품 안에서는 늘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비결 같았다.

"저는 대본을 소중히 하라고 배웠어요. 제가 어려서 활동할 때는 대본을 바닥에 놓지도 않도록 배웠어요."

데뷔 14년차이지만 그는 꼬박꼬박 '김수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자신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혹시 교육받은 겸손함인가' 싶어 눈꼬리를 올려 봤지만, 그는 오랫동안 묵힌 와인을 잔에 따르듯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저는 작품을 '아카데미'라고 생각해요. 학생으로서 배울 게 많은 학교라고나 할까요. 저는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그 역할이 보이는지 생각해봐요. 5분만 나오더라도 저를 기억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가치가 있는 것이죠. 이번 작품도 감독님과 김수로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웠어요. '너희는 배우가 되라'는 말씀이 가슴에 새겨졌죠. 정구가 영화에서 보일 것이라고 믿고, 복싱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죠."

영화 속 복싱 장면을 위해 그는 6개월간 복싱을 배웠다. 4개월은 액션스쿨의 박정렬 감독에게, 2개월은 복싱체육관에서였다. 복싱의 기초로 시작하는 줄넘기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그는 신이 난 듯 했다.

"줄넘기 대회 나가라는 말도 들었어요,하하. 2단, 3단은 물론 다양한 기법을 배웠어요. 액션하는 형들과 연습하며 즐겁게 운동했어요."

백성현은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유연히 만들 듯, 작품을 많이 읽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몸이 재산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백성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회 여름학교 교사로 수련회에 참가해 아이들과 살을 부대꼈다. 통제 불능의 아이들을 엄격하게 혼내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뒹굴며 놀아주는 덕분에 그는 교회에서 퍽 중요한 '백성현 선생님'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친구라고 생각하면 쉽게 마음을 열어요. 하지만 버릇없게 굴면 따끔하게 혼내죠. 아무리 울어도 안 된다는 걸 보여주면 금세 정신을 차린답니다,하하."

사적인 영역에서는 편안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한없이 진지한 그. 아직 그는 자신이 달려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 꿈이 배우가 존경하는 배우거든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것을 제가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런 꿈을 이룰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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