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영화 '청춘의 십자로'서 변사로 나서… 객석 폭소, 재미 더해

현존 최고(最古)의 한국 영화가 상영되는 자리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대사로 폭소가 쏟아졌다.

지난 9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무성 영화 상영 도중 요즘 국내 상황에 빗댄 대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화 속 '모던보이' 계철이 순진한 여자를 꼬이기 위해 양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 드세요. 미국산 쇠고기입니다"고 말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큰 소리로 웃었다. 광우병 위험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전국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라는 단어만으로도 현재를 빗댄 듯 했기 때문이다.

는 1934년 안종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의 대사는 배우 조희봉이 변사로 나서서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당시 대본이 없어 구술 연구가들의 자료를 참고해 총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이 각색한 것이었다.

이날 조희봉의 대사는 매번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라이브 공연 성격을 지닌 무성 영화의 묘미가 살아난 대목이었다. 키보드 코디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등이 실제 사용됐고, 영화의 시작과 끝머리에 임문희 김대종이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는 한국영상자료원 개관영화제 개막작이었다. 이날 개막작 상영회에는 임권택 이장호 감독, 배우 이혜영, 영화사 씨네2000 이춘연 대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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