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비스티 보이즈

일반인들은 쉽게 드나들 수 없는 호스트바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에서 오는 흥미, 2005년 군대를 사실적으로 조명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평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윤종빈 감독에 대한 신뢰.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비스티 보이즈'(제작 와이어투와이어필름)를 택하는 관객이라면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일 확률이 크다.

게다가 열혈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윤계상과 영화 '추격자'로 명실상부한 톱배우 대열에 들어선 하정우가 호스트 역할을 맡았다니 이보다 좋을쏘냐.

영화는 BMW를 몰고 돈 많은 누님과 청담동 골프 연습장엘 가고 세상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달콤한 언사로 여자를 꼬드기며 오전 시간을 보내는 호스트바의 에이스 승우(윤계상)와 마담 재현(하정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한다. 오후가 되면 호스트들이 단체로 미용실에 몰려가 머리를 매만지고 메이크업을 받으며 호스티스들의 영업 준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셋업 상태로 돌입한다.

룸살롱 마담 격인 누나 한별(이승민)와 동거하는 재현(하정우)때문에 우연히 호스트바에 발을 들이게 된 승우는 자신은 곧 이 업계를 뜰 거라고 자위하며 여성들에게 술을 따르는 인물. 차갑고 도도한 태도와 반반한 외모 때문에 가게의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다. 호스트라는 직업에 두 발을 쑥 담그지도 완전히 몸을 빼내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반면 여자 손님과 호스트들을 엮어 주는 마담 일을 하는 재현은 능청스러운 화술의 소유자로 명품 의류 한 벌이면 자존심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물. 바다이야기에 빠져 친구에게 5000만원의 빚을 진 그는 "너랑은 프레쉬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어", "5000만 원 이상으로 너에게 잘 할게" 등 감언이설로 여자들을 구슬리며 공사(호스트들이 여자 손님을 유혹해 돈을 얻어내는 것)를 벌이기 일쑤다.

승우는 가게에 들른 텐프로 호스티스 지원(윤진서)에게 끌려 동거를 시작하지만 지원의 행동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서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재현이 동거녀인 누나 한별에게까지 돈을 뜯어내자 재현과 승우의 관계도 어색해지는데….

윤종빈 감독은 영화를 통해 "천박한 자본주의가 결집된 서울 강남에서 살아가는 젊은 남녀가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지만 영화는 강남 호스트들의 24시를 피상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쳤다.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꽤 뚫고 나가지도, 호빠를 찾는 룸살롱 언니들이나 유한마담과의 끈적한 욕망의 얽힘도 읽어내질 못했다.

톱스타들을 기용한 탓일까. 남성의 성을 파는 직업을 소재로 한만큼 상응하는 정사신이 등장할 법도 하건만 호스트바에서 고객인 여성들이 호스트들을 상대로 성을 즐기는 모습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다. 호스트들의 주된 일과가 술 따르고 노래하는 것으로 그려진 탓에 승우(윤계상)가 불안한 심리 상태로 지원(윤진서)을 향한 스토커가 되어가는 과정이나 호스트라는 직업에 굴욕감을 느끼는 내용들이 힘을 받지 못한다.

윤종빈 감독이 호스트바에 웨이터로 잠입해 취재한 기간이 채 한 달 밖에 안 됐기 때문일까. 영화를 통해 강남 호스트바의 심장부를 생생하게 고찰하려던 계획은 강남 호스테스 주거지의 월세가 350만 원이라든지, 호스트바의 하루 술값이 250만원이라는 소소한 정보들을 늘어놓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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