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영화 '비스티 보이즈' 시나리오 단계부터 '재현' 점찍어
비굴한 듯한 코믹연기 단연 압권… 해외진출? 힘키우면 기회 오겠죠

배우 하정우는 홀로 계절을 앞서 살아가는 듯, 까무잡잡한 얼굴과 팔뚝을 드러냈다. 의 나홍진 감독, 김윤석과 함께 태국 푸켓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물을 뿌리며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물 축제’를 경험했다. 그는 손을 보여주며 “물총을 하도 쏘아댔더니 손에 굳은 살이 박혔어요”라며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사진=이춘근기자
고백하자면, 하정우를 만나러 가는 길은 다소 불편했다. 비포장도로를 걸어간 것이 아니다. 영화 의 후유증이라고 할까. 분명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 그의 눈매에 살인범 지영민의 서늘함이 묻어나면 어쩔까'라는 걱정이 살포시 들었다.

막상 마주한 그는 (감독 윤종빈ㆍ제작 와이어투와이어ㆍ30일 개봉)의 캐릭터였다.

"청계산 밑의 백숙집이 '느낌'있더라고요." "문자로 '소주 파이팅'하면 간단하죠. 줄여서 '소주 파'라고도 하고."…. 인터뷰 도중 툭툭 내뱉는 말이 영화 속 캐릭터와 닮아보인다. 의 재현이 "느낌 있어" "파이팅하자!" "후레쉬하게 시작하고 싶어" 등 대사를 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과 흡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사들은 모두 하정우의 애드리브였다.

하정우라는 묵직한, 그리고 앞으로 더욱 묵직해질 배우를 만나는 즐거움은 거기에 있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 살인자와 한량백수 같은 호스트를 능청스럽게 넘나드는 비결이 짐작됐다.

에서 하정우가 맡은 재현은 친구에게 꾼 5,000만원은 갚지 않은 채 도박에 몰두하고, 양다리를 걸치며 여자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캐릭터다. 주인공 승우(윤계상)를 호스트의 세계로 인도한 그의 역할은 시나리오보다 비중이 커진 것 같았다. 이름도 맨 앞에 나오는 터라 ' 이후 위상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휴, 아니에요. 윤종빈 감독이 어떤 사람인데요. 재현은 승우와 지원(윤진서) 커플의 반대 지점에 있으면서 흐름을 '릴렉스'해 주는 인물이죠. 시나리오 단계부터 윤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죠. 저는 너무 매력적이라 처음부터 재현 역을 맡기로 했었어요."

덕분에 재현의 비굴한 듯한 코믹 연기는 단연 눈길을 끈다. 네 명의 선수를 소개하며 "여긴 올랜도 블룸, 그런데 좀 태국식"이라며 폭소를 자아내는 대사도 모두 애드리브다. 칸 영화제에 진출할 경우에 대비해 외국배우 이름을 끌어다 썼다는 게 하정우의 농담식 해설이다.

"촘촘히 캐릭터를 분석해서 정해진 대로 할 것 같았는데 아닌가보다"고 하자 "촬영장에서까지 그 단계면 안 되죠. 분석이 이미 끝난 상태로 촬영장에서는 노는거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술도 많이 마셨다. 동갑내기 윤계상과 촬영하며 친해진 것도 술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윤계상은 촬영 초반 소주 2잔에서 2병으로 주량이 늘었다. 여배우들이 벗고 호스트에서 노는 장면은 '취중 촬영'을 했다. 민망한 마음에 폭탄주 10잔을 마시고 촬영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재현과 승우가 거리에서 싸우는 장면. "화도 냈다가, 땅에 넘어져보기도 했다가, '데꼬 보꼬', 그러니까 콘트라스트를 살리려고 애썼거든요."

하정우는 요즘 '바른생활 사나이'가 됐다. 술을 즐기되, 아침까지 먹는 습관은 없어졌다. 전도연과 함께 를 촬영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낮에만 촬영해야 하는 제작 여건상 오전 7시에 집합해 촬영을 하자 밤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게 됐다. 와 는 7개월여 모두 밤에만 촬영했기에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다.

"처음엔 외국에 가서 찍는 느낌이었죠. 좀 지나니까 '시차 적응'이 되던걸요. 요즘은 '신데렐라'에요,하하."

하정우는 평소에 시간이 날 때면 집에 있기 보다는 여기저기 다니는 편이다. 하정우는 "운동도 하고, 친구랑 잡담도 하고, 영화사에도 놀러가고, 친구 사무실 가서 방해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죠. 모태신앙인데 한동안 멀리 하다 군대 생활을 계기로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군대에서 마음 둘 곳은 교회 뿐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숨가쁘게 달려온 이 속도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차기작도 이미 정해졌다. 할리우드 진출의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미 2년 연속 칸 국제영화제에도 진출한 터.

"열심히 영어 공부도 하고 있고요. 한국에서 힘을 키우다 보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기회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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