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송승헌·권상우·김인권·지성 탄탄한 출연진 개봉 전 화제
송승헌 "새로운 이미지 변신" 권상우 "관객들 웃음이 좋아"

송승헌-권상우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이고,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라 한다. '운명'의 '운(運)'은 움직임을 의미한다.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니, 움직임에 따라 피할 수도 있다고 풀이된다. '숙명'의 '숙(宿)'은 오래 묵는다는 뜻을 내포한다. 결국 깊숙이 사무쳐 캐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부지불식간 뒤에서 날아와 등에 꽂히는 화살처럼.

영화 (감독 김해곤ㆍ제작 ㈜MKDK)은 친구의 심장을 겨눌 수밖에 없는 네 남자의 얽히고 설킨 얘기를 담는다. '친구'라는 끈으로 묶였지만, '적'이 된 뒤에도 그 끈을 풀지 못해 발버둥치다 서로를 해하고 마는 인간들의 '지랄' 같은 삶이 그려진다.

우민(송승헌) 철중(권상우) 도완(김인권) 영환(지성)은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다. 조직의 돈을 탈취해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이들의 계획은 철중의 배신으로 물거품이 된다. 우민은 모든 책임을 떠안고 옥에 갇힌다. 출소한 우민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철중, 마약에 찌든 도완, 묵묵히 친구들 곁을 지키고 있는 영환과 마주한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르고 네 사람의 모진 인연은 실타래처럼 얽혀 간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사람은 결국 최대규모의 항만 밀거래 현장에서 맞닥뜨린다.

은 한국형 누아르를 표방한다. 일단 하드웨어가 탄탄하다. 송승헌 권상우 지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별들의 잔치라 할 만하다. 거대한 폭력 조직의 암투, 그 속에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 격렬한 액션과 소름 끼치는 잔인함까지 누아르라는 장르가 가지는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김인권-지성
하지만 거대한 하드웨어를 굴리는 소프트웨어의 힘이 달린다. 송승헌과 권상우의 맞대결이 영화를 이끄는 주축이지만 '투맨(two man)' 영화라 하기에는 두 배우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제작진이 권상우와 그의 캐릭터를 조화시키지 못한 게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내레이션도 영화 속에 녹아 들지 못한다. 은 '어둠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간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오해는 마시라. 그렇다고 행복 따위를 탐했던 건 결코 아니니'라는 맺음말로 끝난다. 배우의 입에 맞지 않는 대사로 영화의 서두와 말미를 장식한 건 감독의 욕심이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A부터 Z까지 고루 갖춘 영화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특정 부분이 부각되면 모자란 부분을 감출 수 있는 법. 다행히 은 '스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이들이 즐비해 보는 이들이 즐거운 작품이다. 매 장면을 화보처럼 장식하는 멋진 배우들의 향연을 맛보는 것은 을 보는 재미다.

20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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