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토크토크] '마이 뉴 파트너'서 비리형사

배우 안성기는 푸근한 미소와 긴장감 있는 몸매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섹시남이었다.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나는 커피 한 잔."

'국민배우' 안성기의 한 마디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갤러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CF의 한 장면이었다. 예순을 앞둔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긴장감 있는 몸매는 섹시했다.

안성기는 영화 (감독 김종현ㆍ제작 KM컬쳐ㆍ6일 개봉)에서도 그런 매력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리 형사였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아역 시절을 포함해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50여 년. 평범하게 살고 싶어 연기를 그만뒀다 다시 시작한 지도 30여 년. '누구의 아이'라는 부담을 지우기 싫어 아들 둘을 미국에 유학시키기도 했지만 "배우가 안 되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그.

안성기는 어떤 질문에든 의례적인 답 대신 한 템포 늦더라도 진심을 담아내놨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그 시간을 어색함이 아닌, 온화한 공기로 메울 줄 아는 이였다. 그는 '여백의 미'를 지닌 동양화 같았다.

▲주름이 좋다고 예찬론을 펼치기도 하셨는데, 실제로는 더 젊어보이세요.

=주름이 많으니까 한 이야기죠, 허허.

▲영화 는 예전 떠올리게 하네요.

=경찰 둘이 나오고, 그 가운데 비리형사도 있고, 그러니까 의 부활이라고들 하던데, 아니거든요. 시나리오를 덮은 뒤 마지막에 감동을 받았었어요. 아들에 대한 느낌에서, 굉장히 좋은 감정을 받았어요. 눈물이 핑 돌았죠.

▲저도 를 생각하고 봤는데 의외로 강했어요.

=눈으로 보여지는 액션이 생각보다 셌죠. 내가 맡은 건 그렇게 세진 않았죠. 즐겁고 능청스럽게 가는 거니까. 내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잘들 찍었구나, 했죠.

▲'뉴 파트너' 조한선과는 호흡이 잘 맞았나요

=실제로도 아들 정도의 나이인데 아주 좋았어요. 순진하고 순수하고 착해요. 나는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요.

▲데뷔 50년이 넘으셨어요. 예전 영화 작업 현장과 요즘 비교해보면 어떠신가요.

=예전엔 가족주의였다면 지금은 조직화되었죠. 정(情)은 예전만 못 해도 일의 전문성은 더 좋아요. 1980년대에는 분장을 안 하고 영화를 찍었어요. 의상팀도 아트 디렉터도 없었고. 스태프가 구해오면 상의해서 입었지. 예전의 장점과 요즘 장점이 절충되면 제일 좋겠지.

▲숱한 출연작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을 꼽아주신다면요.

=허허. 너무 어려워요. 최근작 중에는 요. 인간적인, 아주 특별한 작품이죠.

▲평소에 웬만해선 거절하지 않는, 사람 좋은 분으로 유명하시죠. 하지만 작품 속에서 비리에 젖은 모습도 어울리는데 실제로도 그런 모습이 있나요.

=되려고 노력하죠. 상당히 노력해요. 배우는 두 종류라고 봐요. 자기 스타일이 강한 배우가 있고, 그 인물에 가까이 가는 배우가 있어요. 나는 후자에요.

▲연기 생활을 중단하신 적은 있었나요.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시절이요. 다시 연기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죠. 그런데 베트남어(한국외국어대)를 전공했는데 졸업과 맞물려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사용하기 어려웠어요. 결국 내가 원하는 회사에 못 들어가 다시 영화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

▲그때 취직하고 평범하게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전혀. 아휴, 배우 안 했으면 큰 일 날 뻔 했죠. 행복해요. 촬영하는 동안 그 현장이 힘들건, 재미있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좋아요. 다 찍고 이렇게 홍보할 땐 사실 힘들어요, 허허.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건강을 위해서 늘 해요. 나이가 들어도 노쇄한 느낌이 들면 안 되거든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에너지가 느껴져야 해요. 그래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어요. 촬영현장은 체력 소모가 많은데 나 때문에 촬영에 지장을 주면 불편해지니까. 평소에 뛰기와 근력 운동을 하고 배우들과 다달이 골프 모임을 해요.

▲얼마 전 TV에 두 아드님이 출연해 미남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두 아이 모두 미국에 있어요. 나는 '기러기 아빠'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이들만 보냈어요. 대신 기숙사 생활을 해요. 기숙사라면 아이들이 이제 도사죠, 도사. 하하. 큰 아들은 6학년때 가서 지금 뉴욕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둘째 아들은 보스턴에서 중학교를 다니죠. 엄마가 조각을 공부해서 DNA를 받았나봐요. 창조적인 것을 좋아해.

▲'아버지'로서 안성기는 어떨까요.

=아이들을 잡아줄 것은 잡아주죠. 매를 들진 않지만 말로서 해요. 어려서부터 외국에 있다 보니 예의에 대해 이야기도 해 주고.

▲두 아드님을 미국에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우리 일을 하는 이를 부모로 두다 보니 학교에서 시선이 있어요. '누구 아들이다'라는 부담을 주기 싫어서…그런 게 가장 컸어요.

▲아내와 여전히 신혼처럼 지낸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마음먹기에 달렸죠.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그냥 굴러가지나, 안 돼. 여러 노력과 정성을 들이고,서로를 배려해야 해요. 이쪽에서 이만큼 하는데 저쪽은 왜 안 하나,라고 생각하면 피곤해지기 시작하는 거죠. (오른손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며) 이렇게 한 쪽이 앞서가다 (왼손이 오른손을 따라가며) 또 한쪽이 따라 가기도 하고 (왼손이 오른손을 앞질러 가며) 앞장 서기도 해요. (다시 오른손을 이동시키며) 그럼 다른 쪽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또 따라가고…고무줄 같은 거라고. 그러다보면 표현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알게 되죠.

▲다시 태어나도 지금 아내와 결혼하시겠어요?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있겠죠. 행복의 시간을 당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부만 한국에 같이 사시면 동반 외출은 많이 하시나요.

=여행을 같이 가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내가 경조사를 챙길 일이 많다 보니 3박4일 이상 휴가를 갈 수가 없었어요. 꼭 중간에 뭔가 걸려(웃음). 다시 결혼한다면 젊을 때 여행을 같이 많이 다닐 것 같아요.

▲영화계 맏어른이다 보니 그러신가봐요. 가장 최근 여행을 간 것은 언제인가요.

=이번 설에 의 배창호 감독 가족과 김수철, 우리 가족이 용평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어요. 보드도 타고, 옛날에 촬영하면서 고생한 이야기도 하고.

▲한국영화의 위기는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한국영화의 좋은 분위기에 편승해 작년과 재작년에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어요. 그 중에는 완성도가 낮은 작품도 있었기에 관객이 외면하기 시작했어요. 외국 영화는 예전보다 좀 나아진 것 같고. 그래서 반전되는 느낌이 있는데…. 예견하기 어려운 감이 있어요. 하지만 좋은 영화가 나오면 관객은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에요.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이루셨는데요. 아직도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실까요.

=하도 많이 웃어서 한 신도 미소조차 안 짓는 역할을 해 보고 싶기도 해요. 근데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아. 나의 개성은 편안함 속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그런 역 하신 적 있으세요. 에서요.

=아, 그런가? 그러네…. 해 본 적이 있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니야, (손짓과 표정을지어 보이며) 마지막에 자전거를 삭 들면서 씩 웃잖아. 웃긴 웃었다고,하하.

▲미소의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미소가 빠진 역은 안 해보셨군요. 앞으로 계획은요.

=차기작은 보고 있고,올해는 꼭 가족과 여행을 가고 싶어요. 아들이 있는 미국에 가더라도 3박4일 이상 있어본 적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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