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6년째 연애중

6년이라는 기간은 대단하다.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뉘는 초등학교를 마치는 기간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고 대학생으로 접어드는 시간이다. 휴학을 안한다면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마치는 막대한 시간이다.

그 기간 동안 새롭게 만나 겪고 트는 사이가 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6년 동안 오직 한 사람만 해바라기 하며 살았다면? 영화 (감독 박현진ㆍ제작 피카소필름)은 이 진부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답을 모르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동갑내기 다진(김하늘)과 재영(윤계상)은 6년째 연애 중이다. 바로 이웃에 살며 서로의 집을 제 집 드나들 듯 오간다. 부부는 아니지만 함께 침대에 눕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어느 날 다진에게 매력적인 디자이너 진성(신성록)이 이성으로 다가온다. 같은 시간 재영에게는 당돌하고 엉뚱한 연하녀 지은(차현정)이 저돌적으로 파고 든다. 6년 간 지켜온 두 사람의 사랑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다.

이 갖는 가장 큰 힘은 ‘공감’이다. 애인이 가슴을 더듬어도 읽고 있던 책에 몰입하게 된다.(무감각) 화장실에서 볼 일 보며 전화를 받고 시원하게 물까지 내린다.(무치) 여자는 산책하러 가자 하고, 남자는 축구 보자고 한다.(무관심) 서로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부끄러움이 없어지고 자기 할 일만 챙기는 ‘3무 현상’이 이어지는 사이, 관객들은 무릎을 칠 것이다. 물론 가슴 한 구석은 뜨끔할 테지만.

반면 ‘공감’은 이 갖는 가장 큰 약점이다. 영화는 ‘짧게 해 본 것들은 모르는 연애’라고 외치지만 영화 속에는 ‘1년차’ 커플이면 경험해 봤음직한 얘기가 즐비하다. ‘6년차’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기 십상이다.

사실 6년차 커플만이 가지는 연애가 따로 있을까. 남들보다 헤어지지 않고 오래 만나는 끈기와 배려가 2% 많을 뿐. 하지만 영화 속 다진과 재영은 서로에게 다가온 또 다른 이성에 진부하게 끌려가며 ‘6년째 연애중’인 커플만의 색을 찾지 못한다.

은 6년차 커플의 특별함은 주지 못한다. 반면 연애를 하는 모든 이라면, 정작 소중한 걸 놓치고 한 눈 팔고 있는 커플이라면 두 손 꼭 잡고 고개 끄덕이며 볼 만한 영화다.

2월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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