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명장면 베스트 5

‘천년학’ 에서 매화 꽃잎이 흩날리는 장면
2007년 영화계의 막을 내릴 시점이다.

2007년은 지난해 스크린쿼터가 폐지된 후 맞는 첫 해였다. 한국 영화계는 할리우드 대작 속편들의 무차별 공격 속에 허덕여야 했다. 그런 와중에 1년 간 개봉된 한국 영화는 100편이 넘는다. 한 달에 9편 꼴이다. 일주일에 2편 이상 개봉된 셈이다.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은 보통 2시간 안팎이다. 통상 멋진 풍광을 발견했을 때, “영화 속 한 장면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영화라는 장르가 갖는 상징성이다. 2시간의 영화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아! 그 장면”이라는 명장면 몇 개만 있다면 그 영화는 성공이 아닐까. 2007년 영화 속 ‘그 장면’을 찾아 봤다.

#(감독 한재림ㆍ4월)

인구(송강호)는 유학 간 딸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서러움에 사무쳐 먹던 라면 그릇을 내댕이친다. 하지만 결국 걸레를 집어 드는 것도 인구의 몫이다.

‘행복’서 임수정(왼쪽)에 입을 맞추는 황정민.
지극히 현실적인 시퀀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이 장면을 기억한다.

#(감독 임권택ㆍ4월)

한 노인이 임종을 앞두고 있다. 애첩 송화(오정해)의 소리가 시작되자 노인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 꽃잎은 노인이 지르밟고 가도록 예쁜 꽃길을 만든다.

한 인간의 죽음을 서정적으로 승화시킨 명장면이다. 한국 영화계의 어른에게 보내는 찬사가 아니다. 거장의 놀라운 솜씨에 보내는 존경의 인사다.

#(감독 이창동ㆍ5월)

하늘에 배신 당한 신애(전도연)은 교회 장로를 외딴 곳으로 유혹한다. 장로 아래에 깔린 신애. 하늘을 바라보며 여보란 듯이 욕을 뱉어낸다.

의 명장면으로 신애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자르는 마지막 장면이 꼽히곤 한다. 원래 마지막이 기억에 남는 법이다. 잘 되짚어 보자. 불발로 끝난 이 베드신(?)이 기억 나지 않는가?

#(감독 심형래ㆍ8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사악한 이무기인 부라퀴를 저지하기 위해 착한 이무기가 등장한다.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어?’ 불평하는 순간! 이무기가 매끈한 용으로 둔갑해 승천한다.

내용은 떠나서 ‘그 장면’만으로 이야기하자. 상상 속의 용이 눈 앞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강추’(강력 추천)할 만하다. 혹자는 내레이션이 등장하는 마지막 스틸컷을 명장면으로 꼽기도 한다.

#(감독 허진호ㆍ10월)

폐병으로 숨이 찬 은희(임수정)가 한적한 오솔길 옆의 바위에 앉아 숨을 고른다. “나, 옮는 병 아니에요.” 은희(임수정)이 한 마디에 영수(황정민)가 입술로 화답한다.

몸이 아픈 두 사람이 서로를 완곡하게 유혹하게 이 장면은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누가 알았으랴. ‘행복’한 모습이 이 두 사람이 그토록 서로를 밀어내게 될 줄.

베스트5에는 들지 못했지만 수많은 장면이 올 한해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광주 시내를 돌며 외치던 신애(이요원)의 외침은 광주민주화 운동을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게도 당시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했다(영화 ㆍ7월) 미주(박시연)를 잊지 못하는 인호(주진모). 자신이 모시는 유회장(주현)의 우산 속에 있는 미주를 다시 만난 인호. 그 속이 어떨까(영화 ㆍ9월). 배우 주진모는 영화 에 이어 을 통해 확실한 입지를 남기게 됐다.

한 여자 아이가 겁에 질린 채 병상에 누워 있다.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죽은 엄마. 2007년 가장 무서운 장면으로 추천한다(영화 ㆍ8월). 의 한 장면처럼 올 한해 스릴러 영화도 인상적인 시퀀스로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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