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주도 미스 신'으로 스크린 데뷔

통통 튀는 발랄한 여대생 역할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아가씨가 2년 만에 "꼬라지 하고는" 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사모님 역으로 돌아올 줄이야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지난해 '환상의 커플'로 환상의 인기를 얻었던 한예슬이 스크린 데뷔작 '용의주도 미스 신'에서 맡은 주인공 신미수는 '논스톱4' 예슬이와 '환상의 커플' 나상실의중간쯤에 있는 인물이다. 용의주도하지만 순진한 구석이 많고, 애교와 내숭도 꽤나 잘 어울리지만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습이 가장 돋보인다.

한예슬은 특히 이 영화에서 토사물을 얼굴에 잔뜩 묻히고 배시시 웃거나 공공장소에서 몸싸움이 붙어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신미수의 모습까지 배짱 있게 소화했다.

영화배우의 첫발을 뗀 그는 최근 시사회에서 영화 완성본을 처음 본 후 "가슴이너무 벅차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로맨틱 코미디이니까 이제까지 제가 쌓아 온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도친근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갑자기 신파 연기를 한다면 어울리겠어요? 언젠가 해 보고는 싶지만 지금은 신인으로 막 첫 출발한 상태이니 경험을 더 쌓은 뒤에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면서 전체의 98%에 달하는 촬영 분량을 소화한 한예슬은 스크린 속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고 뛰어다닌다. 게다가 몇몇 장면에서는 관객이 '저래도 괜찮을까' 흠칫 놀랄 정도로 예쁜 여배우의 모습을 서슴없이 내버린다.

"망가지는 데 대한 부담이요?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영화 분위기를 잘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그리고 원래 어설프게 망가지면 더 흉측한 거랍니다(웃음)."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 역은 한예슬의 도시적이고 서구적인 이미지를 싫어했던안티 팬의 차가운 시선을 순식간에 녹여 준 일등공신이다. 그 전에 선택한 드라마 '구미호 외전' '그 여름의 태풍'은 작품 자체도 높은 시청률을 얻지 못했고 한예슬에게도 미흡한 연기력에 대한 혹독한 지적만 가져왔다.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묻기 위해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던 때"라고에둘러 묻자 한예슬은 오히려 "솔직히 말씀하셔도 돼요. 사람들이 저를 외면했을 때말이죠?"라고 시원시원하게 말하고서는 대답을 내놓았다.

"저는 사람들로부터 외면 당할 때는 조용히 투지를 불사르는 편이에요. 자존심이 꽤 세거든요. 사람들 앞에 더 나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그렇게 곤욕을 치러봤으니 더 성숙해질 수 있었고요. 그래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자 오히려 더 신중해진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깨뜨릴 수 없으니까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또박또박한 말투로 천천히이야기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 출신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을 정도로 발음이 정확하다.

"어느 날 갑자기 연기 공부라고는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논스톱 4' 연기를 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죠. 또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라 화장법도 그렇고 한국인의 외모에 있는 매력을 살리는 방법을 몰랐어요. 데뷔 초 사진을 지금 보면 '아, 욕 먹을 만했네' 싶다니까요(웃음). 이제는 우리 취향도 알게 됐고, 한국 문화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진짜 한국 여배우가 된 것 같아요."

영어 실력이 뛰어나니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지는 않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하죠.

저는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로 정말 많이,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외치듯답했다.

"김윤진 선배님이 미국에 진출하시긴 했지만 아직 더 많이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와호장룡'의 장쯔이가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듯이 한국의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한국 배우들이 진출하면 좋겠어요."

"앞으로 제 목표요? 지금은 목표를 잡아야 할 때가 아니라 제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살피고 공부하는 시기예요. 앞으로 '한예슬이 나오는 작품이면 재미 있겠네'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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