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서 강동원 상대역 맡아

머리 속에서 그 기억을 완전히 지우고 싶을 만큼 아릿하면서도 찬란했던 첫사랑의 상대로 이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이명세 감독의 신작 'M'(제작 프로덕션 M)에서 소설가 한민우(강동원)의 미스테리한 첫사랑의 상대로 분한 배우 이연희(19)를 가을 어스름한 초저녁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없이 청순하고 갸름한 외모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강단지다. 영화 속 미미의 해사한 미소를 간간이 뿜어내는 그에게서 가을 햇사과의 풋풋함이 묻어 난다.

현빈과 함께 주연을 맡은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 이미 한 차례 '첫 사랑 그녀'를 연기한 바 있지만 이명세 감독의 단단한 조련을 거친 그는 비로소 뭇남성들이 꿈꾸는 '첫사랑 연인'에 바짝 다가섰다. 그가 받은 대본에는 미미의 성격이나 배경을 알려주는 단 한 줄의 지문도 없었지만 이연희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10대 후반의 소녀를 연기해냈다.

"미미는 언어로 정리가 안되는 아이에요. 시나리오에도 캐릭터에 대한 배경이나 구체적 설명은 단 한 줄도 없었어요. '누군가를 사랑해서 쫓아 다니는 아이' 정도가 최대한의 정의에요. 감독님이 신비한 캐릭터를 원한 듯 해요. 하지만 배우인 제 입장에선 힘들었죠. 대본 속에 숨겨진 지문을 찾아가는 것이 제 임무였어요. 관객들이 미미를 이해 못하시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시사회 이후에 미미에 대해 '순수하다', '귀엽다'는 반응이 와서 다행이에요."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주제로 다룬 영화인 만큼 'M'은 빛과 어두움을 주요 미장센으로 활용한다. 특히 이연희가 어두움의 경계 속에서 정체불명의 존재에 의해 빛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이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쫓기는 장면 때문에 달리기 신만 수도 없이 촬영했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타박상은 기본"이라며 자랑스레 웃음짓는다.

"허공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장면은 와이어 없이 찍었어요. 3일 동안 액션 스쿨을 다니며 스턴트 하시는 분들과 합을 짰죠. 감독님은 마치 어둠 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어요. 그래서 어둠과 빛의 경계를 만들고 5명의 스턴트맨들이 검은 옷을 입고 어둠 속에서 저를 던지고 받고 했죠. 심지어 목마를 태웠다가 던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액션 장면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학창 시절 육상, 수영을 잘해서 웬만한 운동부에 들어갈 실력은 됐거든요."

배우들을 무섭게 조련하기로 소문난 이명세 감독이지만 이연희와의 호흡은 한 차원 달랐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숙제를 내주고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연기 동작을 반복하기를 강요했던 감독이지만 오히려 현장에서 가장 웃음을 준 이 또한 이 감독이었다.

"현장에서 분위기를 가장 리드하는 사람이 감독님이었어요. 강동원 선배는 조용한 가운데 연기 열정이 넘치는 편이었고 감독님은 늘 현장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만드셨죠. 넘어지는 장면이나 액션들을 직접 시범 보이는 걸 좋아하시는데 그 때 주변에 있다가는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주위에 사람이 있는 걸 인식도 못하시죠.(웃음)"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이연희는 한동안 노래와 춤 연습을 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트레이닝 받은 시절이 있었다. 최근 그가 여성그룹 '소녀시대'의 멤버가 될 뻔 했다는 이야기가 화제에 오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전에 보컬, 댄스, 연기 등 다양한 레슨을 받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에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배우면 배울수록 더 어려운 것이 연기였고 거기서 흥미를 느꼈죠. 물론 춤 실력이 워낙 뻣뻣하기도 해요.(웃음) 지금은 연기적인 포부가 참 큽니다. 특히 '클로저'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선보인 성숙한 연기나 '총 액션'에는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불새'에서 정혜영 선배님이 선보인 악역도 욕심이 나는데 제 목소리가 너무 저음이라 고민이에요."

헤어지기 전 최근 복학생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을 슬쩍 던졌다. 옆에 있던 관계자는 "군대 관물대 사물함 사진의 80%가 이연희"라며 한 술 더 뜬다.

"솔직이 뜨거운 인기는 잘 못느끼겠어요. 최근 정일우씨와 작품을 찍었는데 소녀 팬들 반응이 장난 아니던걸요. 제 옆은 그냥 묵묵히 지나가는 분들만 많았어요."

현빈, 공유, 강동원 등 최고 탑스타들의 상대역으로 잇달아 분한 이연희는 차기작 '내 사랑'으로 12월 관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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